文 "DJ·盧 잇는 호남 적자 되고파" 朴 "날 호남 맹주 모는 건 네거티브"
이인영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건 새로운 민생 목소리" 두 후보 비판
새정치민주연합 차기 당 대표 경선주자들이 15일 2ㆍ8 전당대회에 앞서 처음 열린 TV토론회에서 난타전을 벌였다. 텃밭 광주라는 점을 의식한 후보들은 작심한 듯 상대의 약점을 파고 들며 기선 제압에 나섰다. 양강 후보인 문재인ㆍ박지원 의원은 각각 “박 의원이 대표가 되면 제왕적 대표가 될 것이란 우려가 많다”, “문 의원은 이기는 당을 만들겠다는데 어떻게 (대선에서) 진 사람이 어떻게 이길 수 있나”라며 양보 없는 공세를 폈다.
안방서 포문 연 朴 VS 적극 반격한 文
광주MBC에서 열린 초청 토론회는 박 의원의 선제 공격으로 시작됐다. 박 의원은 홈 그라운드라는 이점과 친노 좌장인 문 의원에 대한 지역의 반감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충만해 보였다. 그는 “문 의원은 당 생활도 일천하며 늘 좌고우면하는 성격이다. 종편 출연도 지난 대통령 후보 때 하자고 했는데 2년 반 만에 출연했다”며 “위기의 당을 이끌어 갈 리더십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 대표도 하고 대선 후보도 하고 공천권도 행사하겠다는데 누가 납득하겠느냐”며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오만과 독선을 가져올 수 있고 당을 위기로 몰고 갈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초반부터 직격탄을 날렸다.
박 의원은 “당 대표가 된다면 대선에 불출마하겠느냐”고도 밀어붙였다. 그러자 문 의원은 “다음 대선에 불출마 선언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그런 말은 우리 당을 분열시키는 말씀”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박 의원은 “대선 후보와 당권 후보를 모두 하려고 한다면 우리 당에서 또 다른 정동영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문 의원이 당 대표가 될 경우 정 전 의원과 같은 탈당 러시가 이어질 가능성으로 공세를 편 것이다.
문 의원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문 의원은 “박 의원이 그 동안 보여준 리더십과 스타일을 볼 때 당 대표가 되면 당을 장악하고 전횡해 제왕적 대표가 될 것이라는 걱정이 당원들 사이에 많다”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여의도 정치문화에 오랫동안 젖어 계신 분들은 우리 당의 변화를 이끌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박 의원과 이인영 의원을 동시에 비판했다.
이에 뒤질세라 박 의원은 “대선에서 떨어진 문 의원은 2년 반 동안 무엇을 했느냐”고 반발했고, 이 의원은 “(국민은) 당권ㆍ대권 문제에 관심이 없다”며 “국민이 듣고 싶어하는 것은 전대를 통한 새로운 민생의 목소리”라고 두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지역구도 논란 속 텃밭인 호남 당심엔 구애
난타전 속에서도 텃밭인 호남에 대한 구애도 이어졌다. 대의원과 권리당원은 물론 여론조사 대상인 일반당원을 포함하면 선거인단의 85%가 당원인 만큼 호남에서의 득표가 2ㆍ8 전대 결과를 가를 주요 변수기 때문이다.
문 의원은 “호남 민심은 당이 호남에 안주하고 호남이 기득권 세력이 되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며 “박 의원이 호남 기득권의 상징이란 비판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호남지역에서 새정치연합 깃발을 들고 정치하는 것은 엄청난 지역주의와 맞서는 것”이라며 “김대중, 노무현 뒤를 잇는 호남의 적자가 되어 그 힘으로 비호남지역도 호남처럼 이길 수 있는 정당으로 만들고 싶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에 맞서 박 의원은 “문 의원이 저를 호남의 맹주라며 지역구도로 몰고 가는데 이게 네거티브”라며 “광주에 와서 호남을 사랑하는 척하지 말고 평소 호남을 위해 희생하고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영남대표론을 얘기하고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는데 (대선에서) 진 사람이 어떻게 이기는 정당을 만드냐”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마무리 발언에서 “문 의원이 청와대 민정수석 할 때 대북송금 특검을 하면서 남북관계가 깨졌고 그로 인해 김대중 대통령이 눈 수술만 13번을 했다”며 “왜 특검을 했는지 의문스럽다”며 과거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간 갈등까지 끄집어 내며 호남 표심 결집에 주력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또다시 틈새를 파고 들어 “광주 오피니언 리더들은 친노도 싫고 호남으로 다시 고립되는 것에 싫다고 하더라”면서 “두 분을 염두에 두고 한 말씀 같다”고 지적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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