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 뒤 땅이 더 굳어졌다. 현대캐피탈 수비형 레프트 박주형(28)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연말 한국전력과의 임대 트레이드 불발을 겪었던 박주형이 현대캐피탈의 핵심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한 때 트레이드 카드였던 박주형은 이제 팀에서 소금 같은 존재로 부상했다.
박주형은 14일 천안에서 열린 삼성화재와의 V리그 4라운드 홈 경기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정확한 리시브와 몸을 사리지 않는 투지를 뽐냈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삼성화재전 3연패 끝에 첫 승의 기쁨을 맛봤다.
박주형은 65개 리시브 중 47개(성공률 72%)를 정확하게 배달했다. 전체 리시브 중 75%를 책임지면서도 범실은 4개에 그쳤다.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디그도 6개나 성공시켰다.
박주형은 세트 스코어 2-1로 앞선 4세트 29-28에서 서브 에이스를 성공시키면서 팀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베테랑 리베로 여오현(37)과 리시브를 전담하면서도 블로킹과 서브 에이스 1개씩을 포함해 알토란 같은 6점을 올렸다.
2010년 우리카드를 통해 프로에 데뷔한 박주형은 이듬해 9월 현대캐피탈로 둥지를 옮겼다. 그 동안 레프트 임동규(32)에 밀려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던 그는 올 시즌 주전으로 나서고 있다.
김호철(60) 현대캐피탈 감독도 우여곡절 끝에 팀으로 돌아온 박주형의 자세를 높이 평가했다. 트레이드 실패라는 마음의 상처를 받고도 더 열심히 하는 박주형을 칭찬했다.
김 감독은 “서브 리시브가 완벽하진 않았지만 코트에서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펼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스스로 팀에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의 활약이 더 기대된다”고 미소를 지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