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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 마리 번식의 전설 잠들다

입력
2015.01.1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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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6개월간 후손 퍼뜨려

우유 생산량 월등 50개국서 큰 인기

美 농업기업 4000달러에 구입해

1억4400만달러 대박 터뜨려

2억 2,000만년전 트라이아스기에 포유류가 최초 등장한 이래 가장 많은 후손을 번식시킨 것으로 추정되는 한 개체가 최근 숨을 거뒀다. 전세계 낙농업계에서 ‘꿈의 수소’로 통했던 미국 위스콘신주 종우(種牛) ‘토이스토리’다. 이 소는 13년 6개월의 생애 중 약 50만 마리의 후손을 퍼뜨리고 지난해 11월 27일 생을 마쳤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토이스토리는 낙농업계에서 전무후무할 전설적 기록을 남겼다. 2001년 5월 태어난 이 소는 유전자의 우수성이 증명된 2005년 이후 노환으로 숨지기 5개월 전인 지난해 6월까지 총 600리터의 정액을 생산했다. 낙농업계에서는 종우의 정액을 티스푼 용량(5㏄)의 20분의1 가량을 ‘1 유닛’으로 정해 거래하는데, 몸무게 1,200㎏의 토이스토리는 이전까지 최고 기록을 보유했던 네덜란드 ‘써니 보이’(170만 유닛)보다 40%나 많은 240만 유닛을 쏟아냈다.

토이스토리를 소유했던 미국 농업기업 제넥스사의 글렌 길버트 부사장은 “번식 부문에서 이 소는 전설적인 능력을 갖췄다”며 “매주 9차례 정액을 채취할 수 있었는데, 이는 평균 종우보다 두 배 가량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암소를 내보내 흥분시킨 뒤 전문 기술자가 토이스토리에서 채취한 정액은 ▦암소를 임신시키는 능력도 뛰어나고 ▦태어난 암컷 후손의 우유 생산량도 월등히 많아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과 일본 등 전세계 50개국 낙농가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뛰어난 유전자 덕분에 토이스토리 정액이 유닛 당 60달러에 거래된 걸 감안하면, 제넥스사는 2002년 인근 농가에서 4,000달러(450만원)를 주고 사들인 이 소를 통해 총 1억4,400만달러(1,500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위스콘신 소도시 샤와노의 조그만 농업 기업에 ‘대박’을 터뜨려 준 공로를 인정받아 토이스토리는 생의 말년에 융숭한 대접을 받았고, 사후에도 받을 예정이다. 제넥스사는 지난해 여름부터 걸음걸이에 이상이 생기자마자 현역에서 은퇴시켜 휴식을 줬고, 이 소가 동료 소와 지내던 농장의 가장 높고 양지바른 언덕에 묘를 마련했다. 제넥스사는 위스콘신 지방의 혹독한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즉시 소가 묻힌 자리에 기념 동상을 세울 예정이다.

이 신문은 “품종 개량 속도가 빨라지면서 낙농업계에서 정액 생산의 전성기 이전에 종우를 은퇴시키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며 “토이스토리가 세운 기록은 앞으로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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