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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책장] "나는 나루터지기일 뿐" 中 젊은층의 사랑과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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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책장] "나는 나루터지기일 뿐" 中 젊은층의 사랑과 이별

입력
2015.01.15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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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전하고 청순한 샤오위(小玉)는 중국 난징(南京)시의 직장 여성이다. 그는 화가 마리(馬力)가 아내 장제(江潔)의 불륜에 괴로워하는 것을 보며 그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키운다. 그러나 마리는 장제를 쉽게 포기하지 못한 채 이혼하는 데도 머뭇거린다. 결국 이혼은 하지만 마리는 자신의 전 재산과 다름없는 집을 장제에게 준다. 그런 마리를 샤오위는 옆에서 묵묵히 지킨다.

어느 날 마리는 장제와 그 남편을 우연히 술집에서 만난다. 세 사람은 술마시기 주사위 게임을 하게 되고 마리는 계속 진다. 옆에서 이를 보다 화가 난 샤오위는 장제에게 ‘술집 골프 나인홀 게임’을 제안한다. 모두 9곳의 술집을 돌면서 맥주 한 병씩과 양주 한 잔씩을 마시는 게 게임의 룰이다. 평소 술 한 잔만 마셔도 취하던 샤오위는 이날 초인적인 힘을 발휘, 내기에서 이긴다. 반면 장제는 여덟 번째 술집에서 쓰러진다. 장제의 남편은 게임을 포기할 것을 종용하다 이미 장제의 곁을 떠난 후였다. 이때 마리가 장제를 부둥켜 안은 채 운다. 마리는 장제를 집까지 데려다 준다. 이 모습을 본 샤오위는 결국 마리를 포기하고 난징을 떠나 중국 남부의 광둥(廣東)성으로 간다.

샤오위는 말한다. “나는 나룻배에 그를 싣고 이쪽 강가에서 저쪽 강가로 건네줘야 해, 그러나 저쪽 강가에선 다른 이가 그를 기다리고 있지, 어쩜 그는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지도 모르고, 나는 나루터지기일 뿐이야.”

지난해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가인 장자자(張嘉佳ㆍ35)의 단편 소설집 ‘너의 세계에서 지나가다’(??的全世界路過)에 실린 ‘파도인(擺渡人ㆍ나루터지기)’이란 이야기의 줄거리다. 2013년말 출판된 이 책은 지금까지 400만권이상 판매됐다. 작가가 벌어들인 수익은 2,000만위안(약 3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웨이보(微博ㆍ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사랑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올리면서 누리꾼들사이에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렇게 올린 38편의 이야기를 모아 단편소설집으로 묶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중국 젊은 층의 사랑과 꿈, 상처와 희망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 인기의 비결로 분석된다. 짧은 문장과 군더더기 없는 전개도 매력이다. 책 제목은 너와 함께 해온 지금까지의 세상을 이젠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뜻을 담고 있다. 첫사랑, 집착, 추억, 후회 등이 주요 소재이다.

이 책의 이야기 중 최소 5편은 영화화도 추진되고 있다.‘파도인’은 중국 영화계의 거장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이 영화화하기로 했다. 주연은 량차오웨이(梁朝偉)가 맡는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의 영화 관련 자회사가 투자하는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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