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브랜드가 주도한 시장에 반격 스파오·탑텐·톰보이 매출 쑥쑥
꼼꼼한 디자인에 체형에도 잘 맞아, 일본·중국 소비자에게도 인기
14일 오후 서울 명동 이랜드의 제조·유통일괄형(SPA)브랜드 ‘스파오’매장은 평일이지만 중국인, 일본인 손님들로 붐볐다. 중국에서 온 메이양(梅楊ㆍ28)씨는 “스파오 모델인 가수 슈퍼주니어의 팬이라 브랜드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베이징에도 스파오 매장이 있긴 하지만 한국에 예쁜 옷들이 더 많다고 친구들이 꼭 가보라 추천했다”고 전했다. 이날 메이양씨가 구입한 옷은 떡볶이 코트라는 별칭을 가진 더플코트를 비롯해 스웨터와 청바지 등으로 금액이 10만원을 훌쩍 넘었다. 특히 가수 슈퍼주니어와 에프엑스가 화보 속에서 입은 의류는 구매 필수품이었다.
신성통상의 ‘탑텐’명동점도 가방은 5,000원에, 티셔츠는 9,900원에 판매하는 등 할인행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점원들은 손님들이 입어본 제품들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대학생 정새미(24)씨는 “사실 SPA브랜드들이 판매하고 있는 의류들은 다 비슷비슷하다”면서도 “해외 SPA브랜드의 의류들은 한국인의 감각에는 자인에 아쉬운 부분이 있는 반면 국내 브랜드들은 디자인이나 사이즈 등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해외 SPA 브랜드를 즐겨 입던 직장인 김민경(30)씨도 요즘에는 국산 SPA브랜드 매장을 찾기 시작했다. 김씨는 “국산 SPA브랜드들의 디자인이 섬세하고 품질관리도 꼼꼼한 데다 드라마에 연예인이 착용하고 나오는 경우도 많아 즐겨 찾고 있다”고 말했다.
토종 SPA브랜드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2008년 5,000억원이던 SPA시장 규모는 2013년 3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는 최소 4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일본의 유니클로, 스페인의 자라, 스웨덴의 H&M이 주도해 왔다.
급성장하는 SPA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제일모직의 에잇세컨즈, 이랜드의 스파오, 신성통상의 탑텐이 1,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며 손익분기점을 돌파해 국내 브랜드에게도 청신호가 켜졌다. 이들은 국내 시장 공략에 이어 해외진출까지 모색하고 있다.
제일모직의 에잇세컨즈는 처음 선보인 2012년 600억원, 2013년 1,3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지난해 1,600억원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에잇세컨즈는 별도의 연구개발(R&D)팀을 만들어 전 세계에서 유행하는 디자인을 한국인의 취향과 체형에 맞는 스타일로 재해석, 변형하고 있다. 또 1년에 판매하는 제품 가짓수를 3,500개까지 늘려 선택의 폭을 다양화했다. 원은경 에잇세컨즈 트렌드팀장은 “제일모직은 품질이라는 공식이 에잇세컨즈에도 적용되고 있다”며 “디자인과 봉제뿐 아니라 원자재의 품질까지 철저히 검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잇세컨즈는 2016년 중국 진출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이랜드의 스파오도 2009년 1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시작해 지난해에는 2,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하고다. 소재를 해외 원산지에서 구입한 후 그 지역에서 바로 제품을 생산하는 원산지 직가공 방식을 도입해 제품을 2주마다 교체하면서도 가격대비 품질이 좋은 상품을 만들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스파오는 2013년 일본, 지난해 중국 상하이(上海), 홍콩, 대만에 진출한 데 이어 올해 중국에만 매장을 10개 이상 추가로 열 예정이다.
신성통상의 탑텐은 지난해 1,200억원의 매출 올리며 목표 달성을 초과했고 10월부터는 월별 흑자로 돌아섰다. 탑텐은 올해 매장을 90개까지 늘려 1,6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한편 신세계 인터내셔날의 톰보이는 지난해 매출 1,002억원, 영업이익 50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0년 부도가 난 뒤 신세계에 인수돼 2012년 신세계톰보이로 재출범한 지 3년만으로 가격은 경쟁력을 갖추면서도 SPA만큼 다양한 디자인에 세련된 브랜드 이미지로 탈바꿈시켜 20, 30대 여성 고객들을 공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전혼잎기자 hoi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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