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연쇄 테러 이후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이 추가 테러와 함께 반이슬람 정서 확산에 동시 대응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테러 대응을 위한 감시ㆍ통제 강화에는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이런 분위기가 이민 반대 등 비이성적인 이슬람 반대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13일 하원 연설에서 “우리는 테러리즘, 지하디즘(이슬람 성전주의), 극단주의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발스 총리는 또 이슬람 극단주의들과 싸우기 위해 감시와 반테러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며 “수감된 극단주의자들을 격리하는 등의 새로운 감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발스 총리는 “프랑스는 이슬람이나 이슬람교도와 전쟁을 하는 게 아니다”며 “법을 벗어나는 예외적인 조치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유대인을 적대시하는 행위를 비난하면서 “프랑스 유대인들은 프랑스에 머물러달라”고 당부했다.
독일에서는 이날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여러 장관들, 종교 지도자와 함께 시민 1만명이 수도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에 모여 프랑스 파리 테러를 규탄하고 증오 없는 포용과 관용의 사회를 만들자고 호소했다.
가우크 대통령은 이날 독일 이슬람중앙위원회와 터키공동체가 반테러 연대 의지를 내세워 공동 주최한 집회 연설에서 “우리는 모두 독일이다”라고 선언하며 독일 사회의 통합을 주문했다. 가우크는 “우리는 다른 정치적, 문화적, 종교적 배경을 가진 민주주의자들이자 서로가 필요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모두 함께 통합과 정의, 자유의 삶을 살고자 하는 이들”이라며 “이슬람인의 압도적 다수는 열린 독일 사회의 한 부분이고 독일은 이민의 수혜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대한 우리의 해답은 민주주의이자 법의 존중이며 타인을 배려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내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아이만 마즈예크 이슬람중앙위원회 대표는 프랑스어로 “나는 샤를리다”고 연대를 표시한 뒤 “우리의 믿음이 잘못 이용되는 것을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며 “증오심만 부추기려는 극단주의자들이 우리 사회를 찢어놓지 못하게 하겠다”고 거들었다. 메르켈 총리도 집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에게 외국인 혐오와 인종주의, 극단주의는 독일에서 설 땅이 없다고 최근 밝혀온 입장을 거듭 확인하고 독일 사회의 다문화 포용을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의 공식 일정에 이날 집회는 ‘세계와 관용의 독일, 그리고 표현·종교의 자유를 위한 것’으로 묘사됐고, 일부 독일 언론은 이를 ‘자유와 관용을 위한 것’이라고 의미 부여했다.
네덜란드에서는 무슬림인 아흐메드 아부탈레브 로테르담 시장이 현지 방송에 출연해 파리 테러를 거론하며 “그런 식으로 자유에 등돌리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자유가 싫으면 제발 짐 챙겨 떠나라”라고 말했다. 아부탈레브는 “(극단주의자들인)당신들이 잘 지낼 수 있는 곳이 있을 것이니 무고한 언론인을 죽이지 말라”며 “작은 주간지를 만드는 풍자작가들이 싫어서 여기 있기 싫다면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지만 그냥 꺼져버려라”고 일침을 놨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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