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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통화 도중 흥분해 둘째 딸 찔렀다" 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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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통화 도중 흥분해 둘째 딸 찔렀다" 진술

입력
2015.01.13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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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 지인을 딸 친구로 오인 등 경찰, 5시간 대치 벌어지는 동안

인질에 대한 정보도 파악 못해, 부인의 자극적 발언도 못 막아

13일 경기 안산시 상록구 한 다세대주택에서 의붓딸 등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했던 김모씨가 5시간여 만에 체포돼 끌려 나오고 있다. 뉴시스
13일 경기 안산시 상록구 한 다세대주택에서 의붓딸 등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했던 김모씨가 5시간여 만에 체포돼 끌려 나오고 있다. 뉴시스

별거 중인 아내의 외도를 의심해 벌어진 경기 안산 인질극은 결국 아내의 전 남편과 딸이 살해되며 비극적으로 끝이 났다. 경찰은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인질범 김모(46)씨를 검거했지만 인명피해를 막지 못하면서 인질협상 과정에서 대응이 허술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통상 인질극 사건에서 인질의 생사를 결정짓는 것은 경찰의 대응능력으로 판가름된다. 어떻게 진행되는가에 따라 단순 인질극으로 마무리될 수도 있지만 대규모 인명피해까지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둘째 딸(16)이 경찰의 협상 도중 흉기에 찔린 것으로 추정돼 경찰의 협상 대응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13일 오전 9시36분 “재혼한 남편이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두 딸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협박 전화를 걸어왔다”는 A(44)씨의 신고를 접수한 뒤 오전 10시40분쯤 인질협상 대응팀을 투입했다. 인질협상 대응팀은 A씨와 김씨가 통화하도록 하는 한편 김씨와 직접 협상을 벌이며 자수를 종용했지만 김씨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김씨는 A씨와 통화 도중 “당신 왜 이렇게 사느냐” 등의 자극성 발언을 듣고 흥분해 고성과 함께 욕설을 퍼부었다. 김씨가 둘째 딸을 흉기로 찌른 시점이 이 무렵쯤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씨는 오후 들어 “전 남편과 딸을 흉기로 찔렀다”고 수차례 주장했다. 더 이상 협상이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따라 경찰특공대가 오후 2시25분쯤 집안으로 진입했을 때는 이미 둘째 딸은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인질범 김씨 역시 경찰에서 “아내와 통화 도중 흥분해 둘째 딸을 질렀다”고 진술해 당시 경찰이 A씨의 자극적인 발언을 왜 막지 못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경찰의 현장 출동 이전에 A씨와 다퉜다는 진술을 했지만 둘째 딸이 흉기에 찔린 시점이 협상 개시 이전인지 이후인지 현재까지 파악이 안 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5시간여 동안 대치 상황 동안 김씨와 A씨, 전 남편 박모(48)씨 간의 정확한 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A씨가 누구와 언제까지 혼인했다가 이혼했고, 또 언제부터 언제까지 누구와 혼인상태를 유지하며 동거했는지, 최근에는 어디서 거주했는지 등은 파악하지 못했다. 심지어 함께 인질로 잡혀있던 박씨의 지인을 딸 친구로 파악하고 있었다. 사건과 관련된 인물간 관계조차 명확하게 확인하지 못하다 보니, 범행 동기, 살인사건 비화 가능성 등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해 대응하는데 미숙했다는 것이다.

또 경찰은 사건 신고 직후 인질은 딸 2명뿐이라고 파악했지만, 실제로는 박씨와 박씨의 지인까지 2명이 더 있었던 사실을 경찰특공대 투입 후에야 알았다. 현장에서 발견된 박씨 시신은 숨진 지 하루 정도 지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이 현장의 인질 수나 사망현황에 대한 정보조차 제대로 얻어내지 못한 것도 인질범과의 협상 과정이 미숙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 특공대의 투입 시기도 논란이 되고 있다. 김씨가 오후 들어 “딸을 흉기로 찔렀다”고 주장했을 때 경찰 특공대가 투입됐더라면 적어도 둘째 딸은 살릴 수도 있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경찰특공대는 낮 12시40분쯤부터 건물 옥상에서 대기하다가 작전 개시 명령이 떨어진 오후 2시25분에야 진입에 나섰다.

경찰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 경기경찰청은 “큰 딸이 목에 흉기를 들이 댄 인질범의 협박에 ‘다 무사하다’고 말해 특공대 투입 시점을 잡기 어려운 면은 있었을 뿐 대응이 미숙하지는 않았다”면서 “당시 현장 상황을 감안했을 때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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