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비스 주가 떨어지고 모비스 주가 더 올라가 경영권 승계 미궁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부자의 ‘신의 한 수’로 평가받던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이 결국 무산됐다.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막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만든 ‘총수 일가 보유 지분 30% 룰’을 해결하는 동시에 후계 승계를 위한 자금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렸던 현대차는 충격에 빠져 있고, 증권가에서도 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향후 주가를 제대로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
13일 자동차 업계와 증권사 등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 주식의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가 성사되지 않았다. 전날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씨티그룹을 통해 기관투자자들에게 현대글로비스 블록딜 공지를 보냈다. 매각 물량은 현대글로비스 502만2,170주(13.4%)로 매각 단가는 전일 종가보다 7.5∼12% 디스카운트된 주당 26만4,000∼27만7,500원이었다.
매각 불발 이유에 대해 시장에서는 ‘현대차의 작전 실패’라고 평가한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렇게 많은 물량을 팔 때는 어느 정도 사전에 인수자를 정해 놓고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블록딜 무산으로 향후 경영권 승계를 위해 현대차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 미궁에 빠지게 됐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정의선 부회장이 글로비스 주식을 팔아 모비스 주식을 산다는 시나리오가 유력했지만 매각 불발로 글로비스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사라진 반면 모비스의 몸값은 더 올라가게 됐다”며 “두 회사 주가 차이가 더 커진 마당에 또 다시 블록딜을 시도하거나 글로비스와 모비스의 인수합병(M&A)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전날 대비 15% 폭락해 25만5,000원으로 가라앉은 반면, 모비스 주가는 전날대비 2만7,500원(11.55%) 오른 26만5,500원을 기록했다.
임 연구원은 “30%룰이 시행되더라도 과징금은 연간 100억~200억원 정도라 이걸 피하기기 위해 무리하게 지분 매각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아차, 현대제철 등 계열사의 현대모비스 지분과 주식교환을 통해 글로비스 지분 처분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그룹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싸게라도 팔 수 있었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거둬들인 것”이라며 “이번 블록딜 무산으로 경영권 승계를 위해 글로비스 지분을 팔아 현대모비스 지분을 산다는 시나리오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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