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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 … 세월호 유족들 고통의 증언, 책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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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 … 세월호 유족들 고통의 증언, 책으로 나왔다

입력
2015.01.1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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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13명·만화가 8명 참여, 유족들과 동고동락하며 인터뷰

“지금도 저희들의 시간은 2014년 4월 16일 아침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는 사회가, 현실이 너무나 원망스럽고 서럽습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증언과 고백을 담은 인터뷰집 ‘금요일엔 돌아오렴’(창비 발행)의 출간을 알리는 간담회에 나온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 유경근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1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희생 학생의 유가족, 이번 책에 참여한 작가와 만화가들이 참석했다.

책 제목의 금요일은 3박4일 수학여행을 떠난 단원고 2학년 아이들이 돌아오게 돼 있던 날이다.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의 작가 13명과 만화가 8명이 글을 쓰고 삽화를 그렸다. 작가기록단은 참사 직후부터 그 해 12월까지 9개월 동안 단원고 희생학생 유가족들과 동고동락하며 그 중 부모 13명을 인터뷰해서 이 책을 펴냈다.

김순천 작가기록단 대표는 “참사 후 240일 간 유가족들이 몸부림치며 겪은 고통과 분노, 슬픔의 내밀한 기록이자 평범한 시민이 어떻게 유가족이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소개하면서 “그것이 시민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5개월이 지나서야 입을 연 부모도 있을 만큼 크나큰 고통에 작가들도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신호성 학생의 어머니 정부자씨의 말은 더 절절했다. “몸부림 치고 울고 떼쓰고 빌었습니다. 그러면 이 나라가, 정부가, 아무 죄 없는 내 새끼, 우리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 진실을 밝혀줄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이건 사람이 사는 데가 아닙니다. 제발 부모도 살게 해주십시오. 제발 진실을 밝혀주세요.”

간담회 전 날인 12일, ‘세월호 참사 피해 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참사는 한 마디도 없었다.

참척의 슬픔을 안은 부모들은 무슨 힘으로 버티고 있을까. 호성이 엄마 정부자씨는 “죽어서 내 아들 똑바로 보겠다는 일념으로 산다”고 말했다. “지금은 죽는 것도 무서워요. 아들에게 해줄 말이 없어서, 엄마도 똑 같은 어른이라는 말 들을까 봐. 진실을 밝혀야 내 자식도 좋은 데 갈 수 있지 않겠어요? 그래서 악착같이 먹으며 버팁니다. 이렇게 죽을 수는 없습니다.”

유경근씨가 전한 유족들 근황은 더 안타깝다. “엄마들이 가방에 약 한 보따리씩 싸서 갖고 다닌 지는 오래됐습니다. 심리치료는 엄두도 못 내요. 병원도 안 가려고 해요. 입원해서 치료받으라는 말 들을까 봐. 병원에 누워 있을 때가 아닌데, 내 아이 억울한 것 누가 풀어주나 싶어서요. 생존 학생들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여학생 1명이 자살을 시도했죠. 그 아이 말이 ‘내가 이렇게 죽으면 어른들이 반성하고 진상 규명해줄 것 아니냐’였어요. 참사 후 누구보다 심리 안정과 회복이 빠르다고 하던 아이가 이 정도인데, 다른 아이들은 어떻겠습니까. 75명의 생존 학생들 중에 보통의 삶과 수명을 누리는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요. 국가가 어떻게 책임을 방기하고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왔는지, 그 결과가 보여줄 겁니다.”

간담회에서 또다른 작가 유해정씨는 “이 책은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자 실천”이라며 “골방에서 흐느끼며 읽지 말고 광장에서 통곡하며 읽는 책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광장의 연대를 확인하려는 이 책의 행보는 23일 안산에서 시작해 전국을 도는 북콘서트로 이어진다. 유가족들은 14일 오후 4시 16분 진도 팽목항에 다시 분향소를 열고 호소문을 발표한다. 안산에서 팽목까지 가는 도보순례도 21일 시작한다. 출판사 창비는 이 책의 수익금 전액을 희생자를 기리고 진상을 규명하는 공익활동에 기부한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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