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284km 광란의 질주 적발 '아우토반' 오명 개선 급선무
2008년 12월 29일 개통한 부산울산고속도로(길이 47.2㎞ㆍ왕복 6차로)가 폭주족의 놀이터로 전락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교통조사계는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김모(50)씨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김씨의 차량을 불법 개조한 무등록 정비업소 사장 이모(43)씨를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흔히 도로교통법 위반은 경찰의 현장 단속이나 무인단속 카메라에 사진이 찍혀 적발되는 게 상례이지만 이들의 범행은 시속 284km의 광란의 질주를 벌인 김씨가 자랑 삼아 올린 동영상 때문에 걸렸다.
스피드광인 김씨는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2시께 부울고속도로 장안휴게소에서 언양휴게소까지 12㎞ 구간을 시속 284㎞로 폭주했다. 김씨는 자신이 타던 EF쏘나타 차량의 출력과 속도를 높이기 위해 촉매장치와 인터쿨러(냉각장치)를 불법 개조했다.
최고 속도를 경신한 김씨는 차량 성능과 운전 솜씨를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한 자동차 사이트에 동영상을 올렸고, 국산 자동차의 믿기지 않는 속도는 네티즌 사이에서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논란이 되자 경찰 추적을 의식한 김씨는 해당 동영상과 관련 게시글을 모두 삭제했지만 경찰의 앞선 수사로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김씨에게 범칙금 12만원과 벌점 60점을 부과했다. 김씨의 차량은 경북 구미의 한 정비소에서 폐차 직전 발견됐다.
이처럼 부울고속도로는 직선 구간이 많고 야간에 통행 차량이 적은데다 단속 카메라도 적어 폭주족들이 속도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의 장소. 스피드광들에겐 ‘부울 아우토반’으로 불린다.
이 도로는 자주 이용하는 이모(41)씨는 “대부분 직선구간이다 보니 달리다 보면 어느새 차량 속도가 시속 130㎞를 향하고 있어 여러 차례 브레이크를 밟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 박모(37)씨도 “단속 카메라가 많이 없어 대부분 시속 140㎞ 이상의 속도로 달리는 것 같다”며 “옆으로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차들을 보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개통 초기 2009년부터 부울고속도로는 차량관련 동호회 회원 사이에선 ‘자동차 경주장’으로 유명했을 정도다. 이런 환경이다 보니 졸음운전과 저속차량이 만나면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일쑤다. 현재 부울고속도로에는 고정식단속카메라 4대와 이동식단속카메라 7대가 설치돼 있지만 지난해의 경우 이 도로에서 총 15건의 교통사고가 발생, 16명이 목숨을 잃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부울고속도로에는 11대의 단속카메라가 설치돼 있지만 ‘부울 아우토반’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속도측정 카메라를 추가 설치하고, 취약 구간 순찰을 강화하는 등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혜원기자 iamjh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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