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연쇄 테러 이후 유럽 각국이 일제히 반테러 대책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자유와 인권을 우선하는 유럽연합(EU) 정서로는 당장 강력한 제도적인 틀을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독일 정부는 14일 국무회의에서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 가능성이 있는 시민들의 중동행을 막기 위해 이들의 신분증을 최장 3년간 몰수하는 법안을 승인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 법안은 파리 테러 이전에 마련됐지만 테러 발생을 계기로 서둘러 입법이 추진되고 있으며, 신분증 몰수 기간도 당초보다 2배로 늘어났다. 영국 정부는 앞으로 경찰과 관계 기관이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테러 대응태세 점검 훈련에 이번 파리 상황 같은 시나리오를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앞서 유럽 11개국 내무장관 등은 11일 파리에 모여 유럽연합(EU) 역내 여행자 신상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인터넷 감시 확대, 역내의 이동 자유를 제한 등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2월 12일 열릴 EU 정상회의에서도 테러 대책 강화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신에 따르면 이번 테러 이후 검토되고 있는 여러 방안들 중 다수는 이미 EU 회원국들이 제안했지만 반대 여론에 밀려 수년째 시행이 되지 않는 것들이다.
유럽의회는 역내 주민 5억명의 신상 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 계획을 시민 자유 침해를 이유로 반대했다. 또 시리아와 이라크의 지하디스트 조직에 가담하는 외국인 조직원들에 관한 EU 차원의 데이터베이스 구축도 성사되기 쉽지 않다. 누구에게 어떤 혐의를 걸어서 포함시킬 것인지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EU 차원에서 역내를 운항하는 것은 물론 28개 회원국들을 오가는 항공기 탑승객 전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계획도 상당한 의견 대립이 있다. 영국 등 일부 회원국들은 지지하고 있지만 유럽의회가 데이터보호법을 우선하고 있어 2011년부터 진전이 되지 못한 상태다.
지하디스트 추적도 쉽지 않다. 11일 제안대로 유럽연합 역내 이동 때 국경 검문을 다시 할 수도 있지만 이를 통과해 이동한 이들에 대한 조직적인 검문까지 허용되기는 어렵다. EU 창설 조약에 따르면 국내 치안과 사법, 정보 사안은 회원국 권한으로 남아있으며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다수 회원국은 이런 권한을 EU에 이양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EU 차원의 공조가 오래 전부터 지난한 과제였기 때문에 이번 테러로 상황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프랑스 전략연구재단 카미유 그랑 이사장은 프랑스 일간 레제코에 12일 “EU는 실질적인 공조의 장소가 아니며 그저 필요한 공동 규정을 마련하는 틀에 불과하다”며 “(회원국의)반테러 기관들은 양자간 혹은 소단위 그룹으로 협력하기를 선호할 뿐”이라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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