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16강전 제2국
백 박시열 5단 흑 박정환 9단
장면 8 흑이 우변 백진 속에서 크게 살았지만 대신 백이 상변 흑돌(▲)을 제압해서 아직까지는 그런대로 서로 해볼 만한 형세였는데 좌상귀에서 갑자기 바둑이 이상해졌다.
박정환이 1로 가볍게 응수타진했을 때 2가 경솔했다. 참고1도 1로 꽉 이었어야 뒤탈이 없었다. 더욱이 3 때 4로 이은 건 정말 너무 이상했다. 아마도 당시 박시열이 초읽기에 몰린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뭔가 큰 착각을 한 것 같다.
박정환이 ‘옳다구나’하고 5로 뚫고 나가자 단박에 백이 곤란해졌다. 박시열이 이판사판의 심정으로 6, 8로 차단했지만 이는 마치 썩은 동아줄로 호랑이를 잡으려는 격. 9로 건너 붙인 게 수습의 맥점이다. 10으로 물러설 수밖에 없을 때 11, 13을 선수한 다음 15, 17이 정확한 타개 수순이다.
백이 흑을 잡으려면 참고2도 1로 차단해야 하지만 2로 호구 치면 다음에 A와 B가 맞보기여서 간단히 살아 버린다. 여기서 박시열이 더 버티지 못하고 돌을 거뒀다. 137수 끝, 흑 불계승. 박정환이 명인전에서 처음으로 8강에 올랐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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