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정의선 부자,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 추진
"경영권 승계 위한 실탄 마련" "일감몰아주기 해소" 일석이조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1조5,000억원 규모의 현대글로비스 지분매각을 추진한다. 표면적 이유는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해소’지만, 정의선 부회장 경영승계가 본격화한 것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12일 현대차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 부자가 보유중인 현대글로비스 주식 1,627만1,460주(43.39%) 중 502만2,170주(13.39%)를 매각하기로 하고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자 모집에 착수했다. 이번에 나오는 현대글로비스 물량은 1조5,000억원 가량으로 예상 매각가격은 12일 현대글로비스 종가(30만원)보다 7.5∼12.0% 할인된 26만4,000∼27만7,500원으로 전해졌다. 매각이 성사되면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은 29.99%로 낮아진다.
이번 지분매각은 시장이 예측해 온 현대차그룹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와 일치한다. 그 동안 현대글로비스 주식가치를 높여 정의선 부회장에게 ‘실탄’을 마련해준 다음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핵심고리인 현대모비스와 지분을 늘리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됐다. 정 부회장이 이번 지분매각 대금으로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취득하면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승계작업을 본격화하는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현대글로비스의 주가가 작년 초 21만8,000원에서 최근 30만5,000원까지 오른 반면 현대모비스는 한전부지 인수 컨소시엄에 참가하면서 28만7,000원에서 23만8,000원 수준으로 떨어진 만큼 차익시현의 적기다.
한편 이번 지분 매각으로 정 회장 부자가 물어야 할 양도소득세가 2,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 부자는 글로비스 주식을 발행가인 5,000원에 매입해 27만원에 매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세금 부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글로비스와 모비스를 합병하는 방식으로 세금부담을 최소화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여론을 의식해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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