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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Rules of Clarity and Politeness (메시지와 정중함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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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Rules of Clarity and Politeness (메시지와 정중함 사이)

입력
2015.01.1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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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박물관에서 외국인이 스낵을 꺼내 들고 먹으려 하자 직원이 다가와 “모으시 와케 고자이 마센”을 두 번이나 반복해서 말했다고 한다. 글자 그대로 “참 죄송합니다”의 뜻이지만 외국인은 이해를 하지 못했고 무슨 뜻인지 아리송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일본식 정중함의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똑같은 상황에서 “You are not allowed to eat here”처럼 보다 직설적이고 명확한 메시지를 표현했다면 처음부터 “미안하게 됐습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한 것보다 나았을 것이다. “미안한 말씀이지만 이곳에서는 먹는 것이 금지돼 있습니다”라는 행간의 뜻이나 제스처 혹은 문화적 관습 차이 때문에 메시지 전달 효과에는 장애가 된다. 따라서 메시지 전달과 정중함이라는 두 요소를 충족하는 표현법이 가장 이상적이다.

사실 문화적 차이나 관습 때문에 꼭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똑같은 문화권의 원어민들도 표현의 정확성 때문에 오인할 수가 있다. 여기 미국의 사무실 복도에서 두 사람이 만나서 대화하는 것을 보자.

Susan: Do you want to have a cup of coffee later?

John: Oh, I’m snowed under at the moment.

Susan: No worries.

그런데 이 대화만 놓고 보면 커피 제안을 하는 Susan의 말에 대해 John이 거절한 것인지 아니면 나중으로 미루자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왜냐하면 “I’m snowed under~”는 두 가지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마치 눈 속에 파묻힌 것처럼 일이 과하게 밀려 있다” 혹은 “지금까지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다”는 간접적인 거절의 표현일 수도 있다. 이런 경우 John이 “Oh, sorry, I can’t go today”라고 답했더라면 좀더 명확하게 의미가 전달될 것이다. 마지막에 “But I can rearrange things, so let’s make it this afternoon”를 덧붙이면 훨씬 자연스런 의사소통이 된다.

동양권 문화에서는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방법(indirectness)을 선호하고 서양에서는 중립적이거나 직설적인 방법(neutral directness)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러나 두 가지가 상충한다면 메시지의 명쾌한 전달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다소 직설적으로 말할 필요가 있다. “What should we go for lunch today?”라고 물을 때 “아무거나(I’m fine with almost anything)”를 외치는 것은 정중한 응답이 아니라 모호할 뿐이다. 글뿐 아니라 대화에서도 분명한 표현이 정중함보다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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