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에 돼지머리 거는 모욕 행위, 독일선 만평 게재 언론사 피습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와 인질극 이후 프랑스 각지에서 모스크 등 이슬람 관련 시설에 보복으로 보이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샤를리 에브도 테러 발생 당일인 7일 밤 남부 포르라누벨의 이슬람사원에 총탄 수발이 날아들었다. 다행히 당시 모스크에는 아무도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다. 8일에는 동부 빌프랑슈쉬르손에서 이슬람사원 옆의 케밥 노점에서 폭발 사건이 일어나 모스크 현관까지 파손됐다. 온천으로 유명한 남동부 엑스레반에서는 8일 밤부터 9일에 걸쳐 이슬람 예배당이 방화 피해를 봤다.
9일 아침에는 남부 코르시카섬에서 이슬람사원 문에 이슬람에서 먹는 것을 금기시하는 돼지머리와 내장이 걸려있는 것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날 자정에는 서부 르망 동쪽의 이슬람사원을 향해 괴한이 수류탄 세 발을 던지고 유리창을 향해 총을 발사하는 사건도 있었다. 다행히 수류탄이 터지지 않아 사상자는 없었지만 총격으로 유리창이 부서지는 등 피해가 났고 모스크는 바로 폐쇄됐다.
AFP통신은 파리 테러 이후 프랑스 각지에서 이슬람사원을 향한 발포, 방화 등 사건이 적어도 14건 확인됐다고 전했다. 프랑스 시민단체 ‘반이슬람증오협회’는 10일까지 프랑스 전역에서 이슬람을 노린 공격행위가 33건 파악됐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치안강화를 위해 전국 주요 시설과 학교 등에 1만여명의 군인과 경찰을 배치하기로 했다. 장 이브 르 드리앙 국방장관은 12일 “시민 보호를 위해 1만명의 군인 등을 동원해 13일부터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현지 라디오 프랑스 앵포 등이 보도했다.
11일 새벽 독일 북부 함부르크에서는 샤를리 에브도 테러 다음 날 이 주간지의 무함마드 만평을 재게재해 연대감을 표시한 일간지 함부르거 모르겐포스트가 입주한 건물에 방화사건이 일어나 서류들이 불 탔다. 건물에 사람이 없던 시간이라 인명피해는 없었다. 경찰은 신문사 근처에서 청년 두 명을 붙잡아 이번 사건이 이슬람 풍자만화와 관련된 것인지 조사 중이다.
샤를리 에브도의 풍자만화를 실은 독일의 다른 신문사에도 경찰이 배치됐다. 토마스 데메지에르 내무장관은 이날 프랑스에서 벌어진 테러 공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방심하지 말라고 국민에 당부했다.
한편 지난해 10월부터 매주 동부 드레스덴에서 반이슬람 집회를 열어온 ‘서양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PEGIDA)은 10일 3만5,000명이 집결해 프랑스 테러 희생자 추모집회를 연데 이어 12일에도 대규모 반이슬람 시위를 열 예정이다. 하이코 마스 독일 법무장관은 일간지 빌트와 인터뷰에서 “주최측이 예의라는 것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집회를 취소했을 것”이라며 “희생자들이 이 같은 선동에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등 정부의 집회ㆍ시위 취소 요청이 있었지만 강행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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