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필리핀 태풍 피해자와 미사, 이슬람 최대 반군도 환영 뜻 밝혀
"빈자 배려, 공산주의 아닌 복음 핵심" 바티칸 기자들과 인터뷰서 강조
지난해 8월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반 년 만에 다시 아시아 순방길에 나선다. 교황은 첫 일정으로 13일 스리랑카를 찾은 뒤 15일 필리핀에 방문한다. 교황은 두 나라에서 종교 간 화합과 고통에 시달리는 이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청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가난과 부패, 구조적 불평등에 시달리는 이들, 내전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 자연재앙에 희생된 사람들에게 희망과 평화를 전달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교황은 13일 스리랑카에 도착해 불교 지도자들과 만난다. 스리랑카 인구 약 2,100만명 중 70%는 불교도이며 힌두교도(13%) 무슬림(10%) 가톨릭교도(7%) 순이다. 교황은 가톨릭 신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이곳에서 다른 종교 지도자들과 대화를 통해 화합의 메시지를 전할 계획이다. 이튿날에는 콜롬보로부터 약 320㎞ 떨어진 북부 마두에서 미사를 올린다. 마두는 가톨릭 성지이자 타밀 반군과 정부군이 지난 2009년까지 26년 간 교전한 곳이다. 이곳 주민 중 다수 종족인 신할라족과 소수인 타밀족의 화해를 촉구하고 평화를 강조한다.
교황은 이어 15일 아시아 최대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에 도착해 4박 5일 일정을 시작한다. 필리핀은 인구 1억명 중 가톨릭 신자가 8,000만명에 달한다. 교황은 2013년 11월 7,300여 명의 인명 피해를 낸 태풍 하이옌 생존자들과 점심을 하고 미사를 올릴 예정이다.
필리핀은 이슬람 반군과 정부군의 내전이 오랫동안 이어진 나라다. 이번 교황 방문을 앞두고 최대 이슬람 반군인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의 알 하드 무라드 에브라힘 의장은 12일 “교황이 필리핀 방문 기간 이슬람 자치지역 신설 작업에 대해 언급해 현재 진행 중인 평화 정착 과정에 한 층 힘을 실어주기를 바란다”며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필리핀 정부와 MILF는 지난해 40년만에 평화협정을 체결해 남부 민다나오 일대에 이슬람 자치지역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교황은 바티칸 전문기자 두 명이 써서 곧 출간될 책 ‘이런 경제가 사람을 죽인다’에 담길 인터뷰에서 “빈자를 배려하는 것은 공산주의가 아닌 복음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2, 3세기 성직자들이 가난한 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설교한 구절을 내가 반복한다면 누군가는 내가 마르크스 설교를 전한다고 비난할 것”이라며 “이것은 공산주의 발명품이 아니며 어떤 이데올로기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이탈리아 언론이 전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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