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첫 공자학원이 문을 닫는다. 미국과 캐나다 대학에 이은 스웨덴 대학의 이번 조치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관에 대한 전 세계 반감을 반영한다.
스웨덴 스톡홀름대학은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자학원에 대한 계약이 2014년말로 만료됐다”며 “더 이상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6월30일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독일의소리’와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 등이 전했다. 스톡홀름대학의 공자학원은 지난 2005년 유럽에선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공자학원 앞엔 공자상(사진)도 세워져 있다. 학교측은 “지난 10여년간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며 “이미 중국과 다양한 채널의 학문 교류가 있어 공자학원은 더 이상 쓸모 없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교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볼 때 대학 내에 다른 국가 정부가 경비를 제공하는 기구를 둔다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며 공자학원 폐쇄의 또 다른 배경을 설명했다.
공자학원은 중국 교육부 산하인 국가한판(國家漢辦)이 관리하는 기관으로, 2004년 11월 서울 양재동에 세계 최초로 개설된 뒤 현재 123개국 470여곳으로 늘어났다. 공자학원은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전파한다는 명목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공자학원이 중국 정부와 공산당의 선전 도구로 활용돼 학문의 자유를 해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실제로 공자학원이 설립된 대학에선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이나 중국 내 소수민족 탄압 등에 대해 자유롭게 비판하기 힘든 상황이다. 일각에선 공자학원이 중국 간첩들의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앞서 캐나다 맥매스터 대학은 2013년 7월 ‘중국 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한 단체에 소속된 이들을 공자학원 채용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규정이 캐나다 인권 규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대학 내 공자학원을 폐쇄했다. 미국 시카고대와 펜실베이니아대도 지난해 9월과 10월 각각 공자학원을 퇴출시켰다.
중국 외교부는 이에 대해 “중국은 각국의 중국어 및 중국 문화 학습 수요에 따라 교사와 교재 등을 지원하고 있을 뿐 학술적 자유를 전혀 간섭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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