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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건강보험 적용안되는 비싼 치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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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건강보험 적용안되는 비싼 치료 권한다

입력
2015.01.1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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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진료비가 늘어나는 것은 병원이 환자들의 실손의료보험 가입 등을 활용해 불필요한 고가의 치료를 받도록 유도하기 있기 때문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수익으로 직결되는 비급여 진료비를 부풀리기 위해 때로는 과잉 진료도 서슴지 않는데, 이는 결국 환자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에 비급여 진료비에 대해서도 당국의 통제와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진료보다 수익이 먼저…앞뒤 바귄 의료행태

"실손보험 가입해 놓으신 것 있나요?"

직장인 박모씨는 얼마 전 어깨와 목에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가 생각지도 못한 제안을 받았다.

MRI(자기공명영상) 촬영과 주사 등 치료비가 65만원 정도가 되는데, 의료보험으로 처리할 수 없는 비급여 항목이 있어도 실손보험으로 나중에 진료비를 되돌려받을 수 있으니 걱정말고 진료를 받으라는 것이었다.

병원 측은 심지어 "통원의료비 한도가 부족하면 입원을 시켜줄 수도 있다. 그러면 본인 부담이 거의 없다"고 설득하기도 했다.

박씨는 병원에서 개인 보험의 보장 내용까지 훤히 들여다보며 치료를 권하는 것이 뭔가 께름칙했지만 본인 돈이 나가는 게 아니라니 굳이 거절할 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후 박씨는 한 달 넘게 매주 꼬박 병원을 드나들면서 한 번에 수십만원씩 내고 주사 치료를 계속해 받았다.

박씨는 "굳이 받을 필요가 없는 진료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매번 보험사에서 치료비를 메워주니 나쁠 것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병·의원에서는 진료에 앞서 실손보험에 가입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아예 공공연하게 진료 접수 서류에 실손보험 가입여부를 기입하는 칸을 만들어놓은 곳도 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필요한 진료가 이뤄지는 게 아니라 환자가 지불할 수 있는 액수가 얼마인지를 가늠하고 그에 맞춰 의료행위를 하는, 앞뒤가 뒤바뀐 행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때문에 고객이 느끼는 가격 민감도가 떨어져 고가의 비급여 진료에 동의하게 되고, 이 때문에 과잉진료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천차만별 비급여 진료비…결국 소비자 부담

비급여 진료비란 환자가 병원에서 치료받는 항목 중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부분이다.

하지만 실손보험이 있든 없든 비급여 진료 남발에 따른 결과는 소비자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온다.

손해보험사들에 청구된 보험금 통계를 보면 비급여 진료비의 비중은 매년 늘어 지난해 65.8%에 달했다. 이는 급여 진료비(34.2%)의 두 배에 달하는 숫자다.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2011년 110%에서 지난해 131.6%로 치솟았다.

보험사가 고객에게서 받은 보험료보다 지급하는 돈이 30% 이상 많다는 얘기다.

이에 손해보험사들은 올해 들어 5년만에 처음으로 실손보험료를 최고 20%까지 인상하기로 했다.

의료소비자가 건강보험 외에 사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의료비용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이다.

이제까지 보건당국은 이런 비급여 진료비 책정 과정에 손을 놓고 있었다.

건강보험으로 충당되는 영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 병원이 가격을 매기도록 자율에 맡겨놓고 별다른 감독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병원별로 진료비가 큰 차이를 보인다.

지난달 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공개한 내용을 보면 가장 대표적인 비급여 진료비인 '1인실 입원비'의 경우 가장 비싼 삼성서울병원이 44만원대로, 가장 싼 대우병원의 하루 2만원에 비교해 22.5배나 됐다.

수면 내시경 검사비용은 인화재단한국병원에서 2만원에 불과했지만 화순전남대병원은 16배인 32만원에 달했다.

심평원은 앞으로 각 의료기관이 공개한 비급여 진료비를 쉽게 비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경쟁을 유도, 의료비 차이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가격 책정은 어디까지나 병원들의 자율적 선택에 달려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급여 진료비는 그야말로 부르는게 값이다. 진료비가 비싸다고 해서 환자들이 병원을 쉽게 바꾸거나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비급여 가격 통제·포괄수가제 도입 필요"

전문가들은 그간 의료기관의 자율에 맡겨왔던 비급여 진료비 책정 과정에 당국이 개입해 좀 더 효율적인 통제와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처장은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치료, 고가의 치료가 많다"며 "의료비가 너무 많이 나오면 국가가 부담하거나 건강보험을 다 적용하는 방법으로 환자의 의료비 부담, 특히 비급여 진료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사무처장은 "건강보험의 통제를 받지 않는 비급여는 진료의 오남용이 심각하다. 의사가 비급여 진료를 한다고 하면 환자로서는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가 많고, 환자가 동의하면 당국이 통제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의료소비자연대 강태언 사무총장은 "지금도 비급여 진료비가 의료기관별로 공개되고 있지만, 이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소비자 선택으로 가격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애초 취지에 따라 기관별 비급여 진료비를 비교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궁극적으로 현행 의료비 수가 체계가 바뀌어야만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는 병원 판단으로 몇번이고 치료를 하고 진료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과잉진료의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도 현재와 같이 의료행위 하나하나에 가격을 매겨 의료기관에 의료서비스 제공 대가를 지급하는 '행위별 수가제도' 아래서는 대형병원의 과다 의료공급 유혹을 끊을 수 없다고 진단한 바 있다.

강 사무총장은 "장기적으로는 포괄수가제를 도입해서 의료비를 통제해야 한다"며 "건강보험 등 공공의료 영역에서 소화할 수 없는 진료비가 늘어나는 것은 국민 보건과 복지에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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