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큰딸 시신서 수면제 성분 검출 '서초 세 모녀 살해' 계획 범행 가능성

6일 오후 경북 문경 농암면에서 경찰에 붙잡힌 '서초 세모녀 살해 사건' 용의자 강모씨가 서울 서초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강씨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자택에서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아파트에서 가장 강모(48)씨에게 목 졸려 숨진 ‘서초동 세 모녀’의 시신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 강씨가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조사결과 강씨의 아내 이모(44)씨와 큰 딸(14)의 시신에서 수면제 졸피뎀 성분이 검출됐다고 11일 밝혔다. 작은 딸(8)의 시신에서는 이 성분이 발견되지 않았다.

검출된 양은 사망에 이르게 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시신에서 저항한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에 강씨가 수면제를 탄 음료 등을 아내와 큰 딸에게 먹인 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검출된 졸피뎀은 의사의 처방 없이는 살 수 없는 향정신성의약품이다. 때문에 강씨가 평소 복용하던 수면제를 범행에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한다. 처방을 받아 복용해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강씨가 집 인근 약국에서 수면제를 구입한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가 지난해 말 잠든 아내와 딸들을 보면서 살해를 생각했다고 진술한 점에 비춰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경찰은 13일 오전 강씨의 아파트에서 현장검증을 한 뒤 구체적인 범행동기와 수법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