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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보험업계

입력
2015.01.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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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설계사의 절반, 독립대리점 소속

소형 보험사는 의존도 50% 넘기도

판매 수수료 인상에 임대료 요구까지

실적 경쟁 탓 부완전 판매비율 높고

설계사 이동 잦아 고객 관리도 부실

한 보험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여러 보험사와 제휴를 맺고 백화점 식으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독립 보험대리점(GAㆍGeneral Agency)의 성장세가 무섭다. 전체 보험설계사의 둘 중 한 명이 보험사가 아니라 보험대리점에 소속될 정도로 급성장했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아가는 모양새지만, GA의 몸집이 커질수록 혼란과 갈등도 가중되는 양상이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전국 35개 GA 소속 설계사는 18만5,139명으로 전체 보험설계사(39만6,988명)의 46.4%에 달했다. 2013년 3월말(39.7%)만 해도 40%에 못 미쳤던 것을 감안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소속 설계사가 많아지면서 판매 영향력도 커져 작년 3분기에는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의 매출 중 보험대리점 비중이 각각 46.6%, 7.4%에 달했다.

GA가 국내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00년대 초반. 소비자들이 굳이 개별 보험사들을 돌아다니지 않고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한 뒤 가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됐다.

하지만 GA의 급성장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 무엇보다 막강해진 GA의 힘 때문에 소형 보험사들은 ‘갑질 횡포’를 호소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 판매에 따른 수수료 인상은 기본이고 사무실 임대료나 대리점 송년 행사 등 내부 행사, 해외여행 심지어 골프와 같은 사적인 비용까지 요구한다”며 난감해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도 “규모가 작은 보험사의 경우 보험대리점 의존도가 50%가 넘는 경우도 있다”며 “GA의 요구를 거절했다가 실적 악화로 회사가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다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보험사들의 신음에 GA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GA 관계자는 "도리어 우리가 '을'"이라며 "GA는 협회에 설계사 등록을 할 수 없어 보험사에 일일이 요청해야 하는데 거절당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또 다른 GA 관계자는 “보험사 직원이 찾아와 실적 달성을 요구하면서 수수료를 먼저 제안하는 것이지 우리가 수수료 횡포를 부리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보험사와 GA의 힘겨루기와 물밑거래로 인한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GA들은 판매수수료를 더 많이 받기 위해 고객에게 필요한 상품보다는 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추천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당연히 보험사간 수수료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곧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 무리한 실적 경쟁이 불완전판매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 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들의 불완전 판매 비율이 전속설계의 1.6배인 0.45%에 달한다.

GA 설계사들의 잦은 이동으로 ‘철새 계약’이 늘고 있는 것 또한 문제다. 보험은 중장기적인 상품이라 설계사와의 신뢰와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지만, 담당 설계사의 잦은 이동으로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질 수 없다. 황진태 보험연구원 박사는 "보험대리점이 난립할 수 없도록 자본요건 신설한다거나 민원, 불완전 판매가 많은 설계사를 걸러내기 위한 설계사 모집이력 시스템 도입 등을 다각도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지만, 뾰족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GA의 급성장에 따른 부작용이 적지 않다고 보고 대책을 모색 중이긴 하지만 쉽지 않은 문제”라며 “상반기 중 개선안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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