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법사위원장, 상정 반대 밝혀 "아무 검토 없이 본회의 못 올려
국민 관심 고려해 질질 끌진 않을 것" 의원들도 "실효성·위헌 소지 따져야"
공직사회에 회오리를 몰고 올 이른바 ‘김영란법’처리가 이번 임시국회는 물 건너 갈 전망이다.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11일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며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12일 법안 상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법사위 소속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 법안의 실효성과 위헌 소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 법안이 대폭 손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상민 “졸속 부실 심사 우려… 2월로 넘기겠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전화통화에서 “새로 만들어지는 제정안을 법사위 전문위원 보고서도 거치지 않고 아무런 검토 없이 본회의에 올릴 수는 없다”며 12일 법사위에 상정하지 않고 2월 임시국회로 넘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다만 “국민적 관심사를 고려할 때 질질 끌지 않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2월 국회에선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법사위에 상정되기 위해서는 5일의 숙려기간이 필요하다는 국회법도 거론했다. 그는 “정무위에서 후다닥 넘겼다고 해서 법사위마저 졸속 부실로 심사하면 법의 원래 취지가 무력화될 우려가 있다”며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했다고 해서 무조건 법사위가 따르라는 법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여야가 정치적으로 합의하면 숙려기간을 건너 뛸 수는 있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숙려기간을 지키겠다는 의미다.
특히 이 위원장은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통과된 김영란법이 원안보다 적용 대상을 대폭 확대된 대목을 문제삼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정부가 김영란법 초안에서 후퇴한 정부안을 제시하자 초안을 골간으로 하는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할 정도로 법안 처리에 의지가 강하지만 “과잉입법에 따른 위헌소지가 있어서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적용대상을 언론인과 유치원 교사로 확대하는 정무위 안에 대해 “자라 잡으려다 솥뚜껑 잡는 식으로 갔을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과 후유증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막론“위헌 소지”우려, 법안 손질 불가피
김영란법 처리가 2월 임시국회로 미뤄졌지만, 정무위 문턱을 넘어온 법안 그대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율사 출신 의원들이 대거 포진한 법사위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위헌 소지와 법안의 실효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개념이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부정청탁금지 조항과 관련해 “여러 민원인들이 민원을 제기하는 길이 아주 많이 봉쇄가 되고 앞으로 그 피해는 다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역시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면서도 “범위 확대를 놓고 과잉입법 우려가 나오고, 가족들까지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연좌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어 헌법적 위반 요소가 없는지 일단 차분히 검토해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폈다.
정치권 일각에선 김영란법이 장기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한 법사위 관계자는 “정무위가 여론의 부담을 피하기 위해 일단 법사위로 떠넘긴 측면이 강해 보인다”며 “전문가 공청회 등을 거치며 입법 부작용에 대한 얘기가 흘러나오면 정치권도 여론을 살피며 수정 작업에 나서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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