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번이던 진옥진 소방관 화재 직감 옆 건물 옥상으로 안전하게 인도해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었다. 화재가 발생한 의정부시 대봉그린아파트에는 마침 비번 날이라 집에서 휴식을 취하던 소방관이 있었고, 그의 도움으로 주민 12명은 화마로부터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10일 오전 불이 난 건물 807호에서 잠을 자고 있던 의정부소방서 소속 소방관 진옥진(34ㆍ사진)씨는 복도에 있는 소화전이 시끄럽게 울리는 통에 잠에서 깼다. 창문 밖으로 연기가 올라오고 있는 것을 발견한 진씨는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을 직감하고 비상계단 쪽으로 서둘러 나가봤다. 계단에는 이미 놀란 아래층 주민들이 연기를 피해 다급하게 위쪽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진씨는 공포에 빠진 주민들에게 “출입구에 불이 났다면 옥상으로 올라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다독이면서 주민 12명을 옥상으로 인솔했다.
하지만 옥상도 삽시간에 차오른 연기로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결국 진씨는 높이가 같은 옆 건물(드림타운) 옥상으로 주민들을 피신시키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건물들은 1.5m 가량 떨어져 있었다. 성인 남성이라면 뛰어넘을 수도 있는 거리지만, 부상을 입었거나 나이가 많은 주민들에게는 무리였다.
그러던 중 진씨의 시야에 건물 옥상 외벽에 옆 건물을 향해 기역(ㄱ)자 모양으로 튀어나온 구조물이 들어왔다. 그곳 위라면 평범한 성인 보폭으로도 지나갈 만했다. 진씨는 먼저 건너편 건물로 건너가 옥상 끝에 걸터앉은 채로 반대편에 있던 주민들을 한 사람씩 안전하게 대피시켰다. 진씨는 주민들이 모두 구조된 뒤에도 2시간 가량 현장에 머물다가 병원으로 옮겨졌다.
진씨는 “혹시라도 제 판단이 잘못돼 사람들이 다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될까 걱정을 많이 했고 저도 당시에는 공포감이 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어 “함께 한 주민들이 무사한 것만으로도 기쁘다. 소방관이었다면 그 누구도 나와 같은 일을 했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진씨는 지난해 5월 26일 의정부소방서 송산119안전센터에 임용돼 근무해온 새내기 소방관이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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