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공포의 사흘' 경찰진압 종료, 언론사 테러범·유대 식품점 인질범
배후로 각각 알카에다·IS 지목 "사전 공모해 동시에 행동" 주장
“당신은 왜 거기 있는가.”
9일 오후 파리 동부의 한 유대인 식료품점에 들어가 20여명을 인질로 붙잡고 있던 나이지리아계 프랑스인 아메디 쿨리발리(32)와 현지 뉴스전문 매체 BFM TV의 전화 연락이 닿았다. 기자의 질문에 쿨리발리는 “프랑스가 이슬람국가(IS)와 그 지도자를 공격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IS의 지시를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말했다.
“당신이 원하는 게 무어냐”고 기자가 다시 물었다. 쿨리발리는 “나는 프랑스가 지금 IS나 이슬람과 싸우고 있는 장소에서 손을 떼기를 원한다”며 자신이 “IS 소속”이라고 거듭 말했다. 그는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범인 쿠아치 형제에 대해 “처음부터 서로 연계돼 있었고 동시에 행동에 나섰다”며 “그들의 표적은 샤를리 에브도였고 내 표적은 경찰이었다”고 말했다. 유대인 식료품점을 노린 이유에 대해서는 “유대인들이 이슬람의 영토를, 특히 IS의 영토를 억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경찰에 쫓겨 파리 북동부 다마르탱의 인쇄공장에 들어간 샤를리 에브도 테러범 셰리프 쿠아치(32)도 이 TV와 짧은 전화통화를 했다. “우리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수호자다. 나는 예멘 알카에다로부터 여기 보내졌다. (2011년 숨진 예멘 알카에다 간부)안와르 알아울라키가 자금을 대주었다.”
샤를리 에브도 사건 이후 사흘 간 파리를 공포에 떨게 했던 총격ㆍ인질극의 정체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치밀하게 계획된 동시다발테러였다. 17명의 시민ㆍ경찰을 숨지게 하고 이날 특수부대에 제압돼 사살된 이들이 있던 자리에는 장착상태인 로켓발사기 한 대와 수류탄 10발, 칼라시니코프 자동소총과 스콜피온 기관단총, 권총과 탄약이 있었다. 피해 규모는 다르지만 14년 전 온 세계를 경악하게 했던 9ㆍ11 테러의 사실상 재판이자, 알카에다 IS 등의 선동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프랑스는 “이슬람 극단주의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10, 11일 주말 이틀 동안 프랑스 전역은 연 200만 안팎이 모인 대규모 테러 규탄 시위가 열렸다. 특히 11일 파리 시내에서는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해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총리와 이스라엘 총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등 약 40개국 정상급이 참여해 반테러 연대 행진도 벌였다. 이와 별도로 주요국 내무장관들이 참석한 테러 대책회의도 열렸다.
전세계는 추가 테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프랑스 당국은 파리 등 주요 도시에 경계 군경을 추가 배치했다. 미 정부는 9일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 공동으로 산하 1만8,000여 기관에 테러 경계령을 발동했다. 국무부도 전세계 미국인들에게 테러 주의령을 내렸다. 한 미국 관리는 “이번 테러는 유형이 9ㆍ11 같은 ‘대규모 테러’에서 사전탐지가 더 어려운 ‘은밀한 소규모 단위’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미 예상된 것이고 앞으로도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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