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이후 부상으로 내리막... 김기태 감독 부임 후 심기일전
최희섭(36)이라는 이름 석자를 빼 놓고 KIA의 2015년을 논할 수 없다.
부임만으로 최희섭의 마음가짐을 바꿔 놓은 김기태(46) KIA 감독도 타선의 키로 최희섭을 지목하고 있다. 김 감독은 “포지션 중복과 상관없이 최희섭의 가세는 선수 한 명이 더 필요한 우리에겐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일찌감치 KT, 롯데와 ‘3약’으로 분류되는 KIA의 전력을 뒤바꾸어 놓을 가능성이 남아 있는 선수다.
지난 시즌 3할을 친 톱타자 이대형(32ㆍKT)과 인치홍(25), 김선빈(26)의 키스톤 콤비(2루수와 유격수)가 통째로 빠져 나간 KIA의 내ㆍ외야진은 백지 상태라고 봐도 무방하다. 야수 가운데 주전 라인업에 포함될 것을 확신할 수 있는 선수는 김주찬(34)과 이범호(34), 나지완(30), 외국인타자 브렛 필(31) 정도다. 송은범(31ㆍ한화)이 빠진 마운드는 그래도 15승을 책임질 수 있는 에이스 양현종(27)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미루며 반전의 계기가 마련됐다.
타선의 마지막 보루가 바로 최희섭이다. ‘보증 수표’라 하기엔 공백이 길었지만 터지면 ‘로또’가 될 자질은 충분히 남아 있기에 더 흥미진진하다. 7년 만에 KIA 유니폼을 다시 입은 박흥식(53) 타격코치는 “최희섭에 관해 부정적인 시각도 많지만 이제 본인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으니 한번 믿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최희섭은 필, 나지완, 이범호의 중심타선을 받치는 역할과 함께 1루수와 지명타자로 번갈아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최희섭은 스스로에게 최후의 숙제를 부여하는 한 해다. 한국인 최초의 야수 메이저리거 출신(시카고 컵스)인 최희섭은 2007년 KIA에 입단해 2009년 3할(0.308)-30홈런(33개)-100타점으로 폭발하며 팀의 10번째 우승에 앞장섰다. 하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1년 허리 통증과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려 63경기 결장했고, 급기야 시즌 종료 후 트레이드를 요청하며 구단, 코칭스태프와 갈등의 골까지 깊어진 모양새였다. 2012년과 2013년에도 합쳐 18홈런, 84타점에 그친 최희섭은 지난 시즌은 아예 통째로 날리며 현역 은퇴 기로에까지 섰다. 팀 무단 이탈로 선동열 감독의 눈밖에 난 것이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최희섭은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그 첫 번째로 마무리훈련 참가를 자청했고, 이어 연봉 협상을 백지 위임했다. 지난해 연봉 1억원에서 3,000만원 삭감된 7,000만원에 군말 없이 도장을 찍어 국내 복귀 후 처음으로 억대 연봉에서 내려왔다.
자존심을 모두 버리고 오직 초심과 열정만을 되살리고 있는 최희섭과, 그를 지지하고 있는 KIA가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주목된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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