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때문에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이성영(28)씨의 룸메이트는 ‘고슴도치’다.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지만 이씨가 고슴도치를 반려동물로 선택한 이유는 다른 동물과는 다른 고슴도치만의 매력 때문. 이씨는 “예민한 동물이라 친해지는 데도 오래 걸리고 먹이나 온도 등 신경 쓸 부분이 많지만, 독립적인 면이 있어 하루 종일 돌봐줘도 외로움을 타는 다른 동물들보다 반려동물에 적합하다”고 전했다. 최근 고슴도치를 비롯해 뱀, 이구아나 같은 파충류,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등 이색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며 관련 시장도 급 성장하고 있다.
오픈마켓 G마켓은 2012년부터 최근 3년간 이색 애완용품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했다고 11일 밝혔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의 비율이 17.4%로 인구로는 1000만을 넘어서며 급증함에 따라 반려동물의 종류 역시 다양해지고 있는 것. 사육장부터 시작해서 먹이로 쓰이는 곤충젤리, 발효톱밥, 놀이용 나무, 온도유지 용 전열기구, 습도계까지 관련 용품만해도 수 백 가지가 넘는다. 성장하는 이색 애완용품 시장과는 달리 전통적으로 인기있던 햄스터, 토끼 등은 줄어드는 추세다. 햄스터와 토끼용품의 판매 비중은 2012년 3.9%에서 2013년 3%, 2014년 2.7%로 해마다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
이 같은 이색 반려동물의 인기는 1인 인구의 증가와 개성과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는 최근의 경향이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1인 인구가 늘며 반려동물로 외로움을 달래려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동시에 혼자 사는 사람이 기르기에는 개나 고양이는 품이 많이 들어 부담스럽다는 것. 또 곤충을 포함한 작고 이색적인 동물들은 기르는 데 드는 비용도 상대적으로 적다. 업계 관계자는 “애완동물을 인생을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로 인식하면서 애완용품 시장은 매년 성장해 이제 2조원대 시장이 됐다”며 “몇 백 만원이 드는 포유류와 달리 곤충 등은 몇 십 만원이면 충분히 기를 수 있어 교육용으로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색적인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다 보니 밀수나 불법판매 같은 부작용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여름에는 인터넷 동물거래 웹사이트에서 구입한 원숭이가 추구 국제 멸종위기종으로 드러나 구매자가 불구속 입건되는 사건도 일어났다. 유기문제도 심각하다. 병원이나 동물보호센터로 들어오는 유기동물은 보통 개나 고양이가 90%를 차지하지만 최근에는 이구아나와 햄스터, 다람쥐, 고슴도치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이로 인한 생태계 파괴 문제도 지적된다. 한때 애완용으로 인기가 높았던 붉은귀거북이 무분별하게 방사된 탓에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된 상태다.
전혼잎기자 hoi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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