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를 맞아 술자리가 잦아지면서 간 질환에 대한 관심도 높다. 술이 간암, 간경변증 등 중증 간 질환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어서다.
만성음주가 간 질환을 유발한다는 말은 옳다. 하지만 사실 그 비율은 전체 환자의 10~20% 정도에 그친다. 중증 간 질환 발생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이러스다. 간암이나 간경변증 환자의 70~80%는 바이러스 간염이 원인으로, 만성화되지 않는 A형 간염을 제외하면 B형, C형 간염이 한국인 간 질환의 주요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B?C형 간염이 만성화되면 간 세포가 손상과 회복을 반복해 간이 딱딱해지는 결과를 불러온다. 이른바 간경변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복수가 차 호흡곤란을 겪거나 황달, 식도정맥류, 간성혼수 등의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는 간경변증은 무엇보다 간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요구된다. 국내 사망률 2위인 간암은 사정이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높은 사망률에 재발률까지 높아 치명적이다.
간 질환이 발생했다면 질환 발생요인을 차단하는 한편,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는 것이 급선무다.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며 질환 발생 여부를 관찰하고, 간 건강을 악화시키는 요소를 피해야 한다. 술은 절대 금물이다. 문제는 간염을 비롯한 간 질환 대부분이 자각 증세가 미미해 증세가 상당히 발전할 때까지 질환 발생 여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C형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로 술을 마시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은 최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간 질환의 자각증세’를 느낀 적이 있는지 물었다. ▦휴식을 취해도 피로와 무력감이 가시지 않는다 ▦배에 가스가 자주 차고, 소화가 안 된다 등의 질문에는 비교적 많은 응답자가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대변 색깔이 엷어진다 ▦젖가슴이 예전과 달라진다 등의 질문에서는 응답률이 5% 안팎으로 미미했다. 설문 참가자 중 한 사람은 “평소 간 질환 증상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증상들이 많았다”며“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지 않다면 간이 나빠지고 있는지 알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간 질환은 특별한 자각증세가 없기 때문에 환자 대부분이 혈액검사나 초음파 검사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사례가 많다.
건강검진을 통해 발견되거나, 골절 등의 이유로 기본적인 검사를 받다가 질환이 발견되는 경우인데, 때문에 간 질환 발생 여부를 정확하게 체크하는 검사가 필수적이다.
간 질환 예측을 위해 시행되는 검사는 혈액검사와 초음파 검사가 일반적이다. 혈액검사는 간의 염증반응, 바이러스 보균상태, 간 기능의 이상 여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초음파검사는 간 모양의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실시된다. 간경변증 진행 여부나 간 종양의 생성여부 등을 평가할 수 있다.
혈액검사와 초음파검사를 모두 시행하는 것이 좋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료진과 소통하면서 증상에 맞는 검사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간은 우리에게 아프다고 친절하게 얘기해 주지 않는다.
정진용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소화기병센터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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