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두 주인공 3년 만에 재결합
10, 11일 세종문화회관서 공연
영화 ‘원스’의 두 주인공 글렌 한사드(45)와 마르케나 이글로바(27)가 ‘스웰시즌’이라는 이름으로 3년 만에 재결합해 한국을 찾았다. 이미 세 차례 내한공연을 했던 이들이 서울에서 공연하는 건 2010년 이후 5년 만이다. 10일과 11일 두 차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콘서트를 하루 앞둔 9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공연을 통해 늘 보여줬던 모습처럼 한사드는 쾌활했고 이글로바는 차분했다. 이글로바는 14개월 된 딸을 밤새 돌보느라 잠을 거의 못 잤다고 했다.
영화 제작 전부터 ‘스웰시즌’으로 활동했던 두 사람은 연인으로 지내다 2009년 결별했다. ‘원스’ 사운드트랙을 비롯해 3장의 앨범을 낸 이들은 결별 후에도 친구로 지내며 공연을 함께 했지만 2012년 이후 각자의 길을 걸었다. “싸워서 헤어진 건 아니었어요. 헤어졌다고 친구 사이가 끝난 것도 아니었죠. 아이슬란드 공연을 마치고 각자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따로 활동하게 됐어요. 제가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지만 늘 엊그제 만났던 것처럼 친하게 지냈죠.”(마르케타 이글로바)
스웰시즌으로 다시 공연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 꾸준히 이어졌지만 두 사람은 계속 거절했다. 한동안 떨어져 지내던 이들을 다시 이어준 건 재미있게도 히트곡 ‘폴링 슬롤리’였다. “지난해 11월쯤 더블린에서 이글로바의 솔로 공연을 보고 있었는데 제일 뒷자리에 있는 나를 멀리서 알아보고 ‘폴링 슬롤리’를 함께 부르자고 하더군요. 무대에 올라가 노래를 부르니 옛 생각이 나면서 그때가 그리워졌어요. 마침 그 즈음 한국에서 연락이 와서 이렇게 공연하게 됐습니다.”
아일랜드 록 밴드 프레임스의 멤버이기도 한 한사드는 2001년 밴드 활동 시절 체코에서 공연할 때 이글로바를 만났다. 한사드는 밴드 멤버들과 당시 13살이던 이글로바의 집에 손님으로 묵었고 이후에도 체코에서 공연이 있을 때마다 이글로바 가족을 찾았다. “마르케타가 프레임스의 체코 공연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기도 했어요. 록 음악에서 벗어나 어쿠스틱한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그러려면 여성적인 손길이 필요했고 그녀의 여리고 섬세하며 투명한 화음과 함께 하면 어떤 음악이 나올까 궁금해졌죠. 마르케타와 함께하고 난 뒤 새로운 음악에 눈을 뜨게 됐습니다.”
영화 ‘원스’의 성공과 ‘폴링 슬롤리’의 엄청난 히트로 아카데미 주제가상까지 받은 두 사람은 세계적인 유명인이 됐다. 할리우드의 출연 제안도 있었고 억만장자로 만들어주겠다는 미국 매니지먼트사의 유혹도 받았다. 한사드는 “팝스타가 되는 게 애초 우리 목표가 아니었기 때문에 미국으로 갔다면 좀 더 대중적인 음악을 만드느라 중압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프레임스 시절부터 함께하고 있는 매니저가 우리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호해준다”고 말했다.
‘원스’는 뮤지컬로 제작돼 현재 한국에서도 상연 중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한사드는 “뮤지컬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거부감이 심했던 데다가 처음엔 극본들이 마음에 안 들어서 거절했는데 엔다 월시의 극본과 존 티파니의 연출이 마음에 들어 승낙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글로바와 이날 인터뷰를 마치고 한국판 ‘원스’를 관람했다.
두 사람은 이번 공연에서 ‘원스’의 수록곡은 물론 스웰시즌으로 발표했던 ‘로 라이징’ ‘인 디스 암스’ 등을 연주한다. 수백 번 부르고 또 불렀던 ‘폴링 슬롤리’도 빠뜨릴 수 없다. “어떤 음악가도라도 한 곡으로만 기억된다면 그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겁니다. 저 역시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몇 주간 이 노래를 부르기 싫어서 몇 번은 아예 안 부른 적도 있어요. 하지만 그때 잠깐뿐이었고 지금은 아무렇지 않습니다. 모든 곡에 마음을 담아 불러야죠.”(글렌 한사드)
고경석기자 kav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