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 높여 암세포 증식 방해, 치매ㆍ심혈관 질환 예방" 보고 나와
"주사제ㆍ보충제 과다 투여하면 오히려 사망 위험 높여" 반론 여전
야외활동ㆍ음식 섭취로 보충하고 약으로 복용할 땐 권장량 지켜야
비타민 D는 자외선에 의해 자극을 받은 피하지방 속 콜레스테롤의 일종인 프로비타민 D가 전환되면서 만들어진다. 혈액을 타고 간과 콩팥을 거치면서 활성비타민으로 바뀐다. 비타민 D의 정상치는 30IU/dL 이상이다. 10 미만이면 결핍, 30까지는 부족한 상태다. 국내 비타민 D 결핍증 환자가 2007년 1,800명에서 2011년 1만6,000명으로 5년 만에 1만4,200명이나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비타민 D가 결핍돼 발생되는 질환은 골다공증, 심장병, 정자운동 저하, 당뇨병, 암, 호흡기 질환 등 다양하다.
그런데 최근 비타민 D가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데 효과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건국대병원에서 ‘갱년기 심혈관 질환의 예방과 관리전략’이라는 주제로 열린 대한갱년기학회 추계 학술대회가 대표적이다.
"과다복용땐 심혈관 사망위험 높여" 반박도
현재까지 비타민 D가 부족하면 당뇨병과 고혈압 발병 위험도가 높아짐에 따라 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인자가 될 것으로 여겨져 왔다. 2001~2004년 미국보건영양조사(NHANES)에 따르면, 심혈관 질환을 동반한 백인 68%, 히스패닉계 88%, 흑인 97%에서 혈중 비타민 D 수치가 75nmol/L로 비타민 D 결핍 상태였다. 2012년 다르샤나 두럽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가 7,574명의 혈액검사 결과를 포함한 의료기록을 분석한 결과, 혈중 비타민 D 수치가 10nmol 이하로 낮은 그룹은 평균수치 그룹보다 사망률이 2.31배나 됐다.
최재경 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타민 D가 세균을 죽이는 대식세포를 활성화해 면역력을 높이고 유방을 포함한 폐와 피부, 대장, 뼈 등의 암세포 증식을 방해한다”며 “비타민 D가 월경 증후군을 완화하고 치매, 심혈관 질환을 예방한다는 학계 보고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반박도 만만치 않다. 박은정 제일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타민 D 효능만 믿고 주사제를 고용량으로 투여하거나 보충제를 과하게 먹기도 한다”며 “이는 구토, 식욕부진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고 심혈관 질환 관련 사망 위험도 높인다는 연구보고도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박 교수는 “비타민 D를 과다 복용해도 콩팥 결석과 기능 손상 등 부작용과 함께 사망위험도가 높아지기도 한다”고 했다.
존 포드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교수는 지난해 7월 ‘미국 임상영양학회지(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고령자가 비타민 D를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심부전은 예방할 수 있지만, 심장마비나 뇌졸중 등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고 했다. 니타 포루히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도 지난해 10월 ‘랜싯 당뇨병 & 내분비학(The Lancet Diabetes & Endocrinology)’에 “과거 비타민 D 수치가 제2형 당뇨병 위험을 낮춘다는 대부분의 연구결과가 대상자의 신체활동 수준 등의 혼란변수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이런 연구결과에도 불구하고 비타민 D가 심혈관 질환 예방효과가 전혀 없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했다. 박 교수는 “비타민 D가 심혈관 질환, 고혈압, 암, 당뇨병 등의 관련인자로 보고되고 있지만 예방할 수 있으리라고 확정할 수 없다”며 “추가 근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권고를 내리기에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한편, 비타민 D가 부족하면 혈관의 경직도가 심해져 뇌졸중 등 뇌혈관 질환 발생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박광열 중앙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으로 입원치료 중이거나 일시적 뇌졸중 증세로 병원을 찾은 759명을 대상으로 혈중 비타민 D 수치와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비교 분석한 결과, 비타민 D가 부족할 경우 뇌졸중 위험이 커진다”고 뇌졸중 분야 권위지 ‘뇌졸중(Stroke)’ 1월호에 게재했다.
비타민 D 어떻게 얻을까?
일반적으로 1주일에 2, 3회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20분 정도 적절한 야외 활동을 통해 일광욕을 하면 우리 몸에 필요한 비타민 D를 80~90% 정도 얻을 수 있다. 최재경 교수는 하지만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계절적인 요인으로 인해 비타민 D를 만드는 자외선 B의 양이 적고, 11월부터 3월까지는 계절적인 요인으로 인해 그 양도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며 “특히 여성의 경우 자외선 차단제 등을 바르다 보니 남성에 비해 더욱 발병 빈도가 높다”고 했다.
또한 비만인 경우 비타민 D 생체이용률이 떨어질 수 있다. 최희정 을지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타민 D는 지용성으로 지방조직에 결합할 수 있어 같은 양의 비타민 D를 투여해도 비만인의 혈중 비타민 D 농도가 정상인에 비해 50%가량 낮다”고 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차선책으로 비타민 D가 많이 함유된 식품이나 비타민 D 영양 보충제 섭취를 권한다. 식품 중에는 정어리 멸치 연어 고등어 청어 등과 말린 표고버섯, 달걀 노른자 등에 비타민 D가 포함돼 있다. 비타민 보충제의 경우 과도 복용 시 칼슘 농도에 이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하루 권장량을 잘 지키도록 한다.
전문가들은 비타민 D 부족 예방을 위해 1일 800~1,000IU의 비타민 D 섭취를 권한다. 그러나 비타민 D 결핍을 치료하는 경우 고용량의 비타민 D 투여가 필요해 매주 5만IU의 비타민 D2를 8주간 투여하거나, 50만IU를 1회 주사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한국영양학회가 발표한 ‘한국인 영양섭취 기준 2010’에 따르면, 50세 미만의 비타민 D 권장량은 200IU, 50세 이상인 사람, 임신부와 수유부는 400IU다. 최희정 교수는 “연령이 증가할수록 피부가 얇아지면서 각질세포나 섬유모세포 수가 감소하기 때문에 비타민 D를 합성하는 능력도 저하돼 70세가 되면 20세에 비해 비타민 D 합성능력이 75%나 떨어진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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