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와이즈먼 지음ㆍ이한음 옮김
알에이치코리아ㆍ660쪽ㆍ2만원
지구가 안전하게 다룰 인구는 20억 현재 72억명 돌파… 재앙론도 제기
"인류 미래 위해 사람 줄여라" 일갈
어떤 세균 종이 1분마다 둘로 나뉘어 증식한다고 가정해 보자. 두 마리는 네 마리가 되고, 네 마리는 여덟 마리가 되는 식으로 말이다. 오전 11시에 병 안에 세균 한 마리를 넣었는데 12시가 되니 병이 세균으로 꽉 찼다면, 과연 세균이 병의 절반을 차지한 시점은 언제였을까. 정답은 11시 59분.
‘인구쇼크’는 지구가 이미 감당할 수 있는 인구 수준을 넘어섰으며 위기가 코앞에 닥쳤다는 섬뜩한 경고를 보낸다. 1분 간격으로 증식하는 세균과 복잡다단한 인간의 출산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만은 않다는 점은 공감이 간다. 1815년 10억 명이던 세계인구는 1900년까지만 해도 16억명 선이었다. 그러나 2014년 현재 72억 명을 돌파했다. 이대로라면 2082년에는 무려 100억 명을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1993년 세계적정인구회의라는 단체에서 발표한 지구가 안전하게 다룰 수 있는 인구는 20억 명으로 현재 이미 그 세배를 넘어섰다.
환경파괴, 자원 고갈, 지구온난화, 식량 부족, 생물 다양성 감소 등 현재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의 중심에는 과잉 인구가 자리한다. 저자는 현재 인류가 지구 생물권과 러시안 룰렛을 하는 형국에 이르렀다고 본다. 책의 결론 역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인구를 줄이라는 일갈이다.
저자는 저널리스트이자 미국 애리조나대 교수인 앨런 와이즈먼으로 전작 ‘인간없는 세상’에 이어 또다시 인구 과잉 시대에 경종을 울린다. 때문에 낙태를 반대하는 세계 최대 가톨릭 국가 브라질 여성들이 스스로 핵가족을 택한 것이나, 피임 시술을 꺼리던 저개발국에서 아이들에게 백신을 제공하는 대신 피임 도구나 시술을 하는 식으로 전통을 깨고 출산율을 낮춘 사례 등 인구 위기가 닥친 21개국을 발로 뛴 결과물이 생생하게 읽힌다.
한국은 2013년 평균 출산율 1.19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라 먼 얘기처럼 들리지만 어떤 조치가 없다면 인류는 심각한 재앙을 맞이할 것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대로라면 지구를 대신할 행성을 찾아 나서는 영화 ‘인터스텔라’가 머지않은 현실이 될 수 있다. 전 유엔 사무차장 모리스 스토롱은 자발적으로 인구가 줄어들지 않으면 자연이 우리에게 야만적으로 그 일을 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인류는 4.5일마다 100만 명씩 증가하고 있다. 예컨대 전세계가 중국처럼 한 자녀 정책을 고수한다면 한 세대 뒤에 세계 인구가 정점에 이르렀다가 줄어들고, 금세기 말은 현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15억 명 남짓으로 떨어진다. 이는 20세기 초의 세계 인구와 같다. 인위적으로 사망률을 높일 수는 없기에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구의 위험을 넘어설 유일한 방법은 결국 산아 제한뿐이다. 중국은 10억의 인구가 감당이 되지 않자 1979년 논란을 무릅쓰고 국가가 출산을 통제하는 한 자녀 정책을 시행했다. 전세계가 조소했지만 이 조치가 아니었다면 중국뿐 아니라 세계 전체가 큰 위협에 직면했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저출산이 노동력 부족과 소비 위축을 부른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와이즈먼은 일본 석학 마쓰타니 아키히코 교수를 인용하며 인구가 줄어들수록 노동력의 가치가 귀해진다며 성장 없는 번영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느는데 반해 식량 수확량은 더디게 늘어 빈곤을 겪게 될 것이라는 맬서스의 디스토피아적 예언이 빗나간 것처럼 지구의 미래에 현격한 영향을 줄 변수는 많을 것이다. 그러나 1798년 맬서스의 ‘인구론’에 이어 1968년 스탠퍼드대의 생태학자 폴 에를리히가 ‘인구 폭탄’에서 또다시 그 음울한 경고를 부활시킨 것처럼 인구 과잉에 대한 학자들의 문제제기는 계속되고 있다. 우리에게 남은 1분의 시간을 대비책 없이 놓칠 수 있기에 와이즈먼의 제언은 꽤 심각하게 경청할 만하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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