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현 경제 상황에 대해 “내수 회복의 긍정적 조짐이 확대되고 있다”며 다소 낙관적으로 평가했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33개월 만에 처음으로 ‘경기 둔화’라는 진단을 내놓은 것과 대비된다.
기재부는 9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저물가가 이어지고 있으나, 고용이 40만명대 증가세를 지속하고 광공업 생산, 소매 판매, 설비투자 등 주요 실물지표들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기재부는 ▦지난해 11월 광공업 생산이 10월보다 1.3% 늘어나며 증가세로 돌아선 점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소비가 승용차와 통신기기 등 내구재를 중심으로 증가(전월대비 1.9%)한 점 등을 낙관적 평가의 이유로 꼽았다. “회복세가 공고하지 못하고, 대외 불확실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이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생산과 내수 양쪽에서 청신호가 들어왔다는 평가다.
반면 KDI는 7일 발표한 ‘1월 경제동향’에서 “전반적인 경기가 점차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생산 관련 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내수도 일부 지표의 부진이 완화됐지만 전반적 개선은 지체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지표를 가지고 양 기관이 다른 해석을 내놓은 셈이다. 김병환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2013년은 경기가 상반기에는 나빴다가 하반기에는 좋은 ‘상저하고(上低下高)’ 형태였고, 지난해는 경기가 완만하게 나아지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KDI가 주로 활용한 전년동월비를 사용하면 하반기로 갈수록 지표가 나쁘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두 기관 모두 11월 광공업생산 실적을 인용했지만 기재부는 전월대비(지난해 10월과 비교)실적을 써서 1.3% 증가했다고 밝힌 반면, KDI는 전년동월대비(2013년 11월과 비교)를 사용해 3.4% 감소했다고 했다. 소매판매 실적도 기재부는 전월대비(1.9% 증가), KDI는 전년동월대비(1% 증가)에 중점을 뒀다. 김병환 과장은 “회복의 속도와 힘이 굉장히 미약해서 정확하게 해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몇 개월 간 긍정적 사인(sign)들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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