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국내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가 세 배 늘었지만, 대부분 낮은 임금과 근로조건이 열악한 ‘질 낮은 일자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을 독려하고 있지만 시간제 일자리는 청소년과 고령층에 몰려 정책 효과가 노동시장에 전혀 반영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8일 한국노동연구원 정성미 책임연구원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최근 비정규직 노동시장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주 36시간 미만 일하는 시간제 노동자는 2004년 107만2,000명에서 지난해 203만2,000명으로 10년 새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제 일자리 중 정규직 비율도 2004년 30.8%(33만명)에서 지난해 48.2%(97만9,000명)로 늘었다.
그러나 안정적인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의 ‘질’은 10년 전보다도 후퇴했다. 정규직 시간제 중 중위임금(임금을 높은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 값)의 3분의 2 미만을 받는 저임금 비중은 2004년 43.8%에서 지난해 61.8%로 늘어난 반면, 중위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 비율은 30.9%에서 16.2%로 줄었다. 전체 임금근로자 중 저임금 비중은 2004년 26.3%, 2014년 24%다.
정규직 시간제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지난해 기준 국민연금 15.7%, 건강보험 18.2%, 고용보험 18.9%로, 여전히 상당수가 법적ㆍ관행적으로 고용관련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공식 고용’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금, 상여금, 시간외수당, 유급휴가를 받은 경우는 각각 13.7%, 21.9%, 11.2%, 9.4%에 불과했다.
정성미 책임연구원은 “대부분의 시간제 일자리가 저임금 업종에 몰려있어 정규직 여부와 상관없이 일자리 질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규직 시간제 중 25~34세가 차지한 비율은 2004년 23.2%에서 지난해 14.1%로 줄어든 반면 15~24세 청소년층과 55세 이상 고령층은 각각 26.1%에서 29.9%, 11.9%에서 23.8%로 늘었다. 35~54세 비중도 38.8%에서 32.2%로 줄었다.
정부가 여성 고용률 증가를 위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책 목표인 30대의 정규직 시간제 비중은 줄고 청소년과 고령층만 늘어난 것이다.
정 연구원은 “고용이 안정된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의 질도 갈수록 하락하는 추세를 보면 정부의 시간선택제 정책 효과가 거의 없었던 셈”이라며 “시간제 일자리 증가는 정부 정책과 무관하게 시장 개방에 따른 산업재편 등 복합적 요인으로 늘어났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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