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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생계형 노동분규를 '끝장투쟁'으로 악화시키는 공안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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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생계형 노동분규를 '끝장투쟁'으로 악화시키는 공안수사

입력
2015.01.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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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조원들을 모두 잡아들이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노사문제는 근절되는 것일까.

SK 인터넷 설치ㆍ수리기사 222명이 엄동설한에 서울시내 23개 경찰서 유치장에 갇혀 체포만료 시한(48시간)을 꽉 채우며 조사를 받고 주동자 3명에 대해 8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대검 공안부(부장 오세인)가 6일 종로구 SK그룹 본사에서 체포된 희망연대노조 산하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소속 조합원들을 철저히 수사하고 주모자는 구속 수사한다는 방침(본보 8일자 10면)을 세운 결과다. 조합원들은 회사측과 면담을 하고 자진 해산 중 체포된 것이어서 논란을 빚었다.

이들은 SK브로드밴드의 외주사인 행복(고객)센터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주 70시간 노동을 해야 한달 250만~300만원을 벌어들인다. 하지만 이 돈으로 인터넷 케이블 등 부품비, 차량운행비, 식비 등을 부담해야 한다. 최저생계비 수준의 실수입으로 생활하는 저소득층이 생계 안정을 위해 고정급을 요구한 것이었다.

이런 생계형 노동분규에 대한 강성 수사는 과연 효과를 발휘할까. 실제로는 잃을 것이 없는 약자들을 자극해 분규를 더 악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한 예로 지난해 9월 공안당국은 희망연대노조 산하 씨엔엠케이블 노조 조합원 67명을 체포하고 주모자 1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11월 조합원 2명이 고층빌딩 전광판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는 등 ‘끝장투쟁’ 양상만 더해졌다. 이 사태를 해결한 것은 노사간 자율적인 대화와 타협이었다.

SK의 경우도 그 전철을 밟고 있다. 8일 경찰서 유치장에서 풀려난 조합원 수백명이 곧바로 중구 SKT타워 앞에 집결해 시위와 선전전을 벌였다. 주최 측에 따르면 오히려 전날보다 인원이 늘어 1,000여명이 농성에 참여했다고 한다. 이들은 “검찰과 경찰의 공안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며 투쟁수위를 더 높였다. SK 사태는 지난해 9월 30일 하성민 당시 SK텔레콤 사장이 본사를 방문한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빠른 시일 내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올초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윤리경영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은 엄단한다”는 원칙은 정의로워 보인다. 하지만 지금 대검 공안부의 방식이 행정법상의 일반원칙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이다. 즉 공익, 평등, 비례의 원칙(과잉금지의 원칙)을 잊은 채 저항하는 사회적 약자를 끝까지 괴롭히는 ‘스토커’ 식 수사 지휘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공안당국의 정의는 공공의 안녕이 아닌 정권의 안녕을 위해 봉사하는 일이 되고 만다.

김청환 사회부 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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