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 살포 행위는 남북관계 개선과 관계가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대북정책 주무부처인 통일부의 수장인 류길재 장관이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내놓은 답변이다. 전단 살포는 국민 안전 문제이지 남북관계 관련 사안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 개입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깜짝 신년사로 새해 벽두에 남북 대화 무드가 조성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류 장관의 발언은 한가하기 짝이 없다. 더구나 북한이 대화 전제 조건으로 전단 살포를 내건 마당에 전단 살포는 남북관계 개선과 관계가 없다는 주장은 북한의 대화제의를 거부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를 바 없다. 이러다 보니 통일부 주변에서는 “북한 신년사가 나온 직후 ‘가까운 시일 내에 형식에 구애 받지 않는 남북 당국간 대화가 개최되길 기대한다’고 했던 류 장관의 대화 의지가 의심스럽다”는 뒷말까지 나왔다.
류 장관은 이날 평창동계올림픽 분산개최 문제에 대해서도 오락가락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남북관계 개선 차원의 분산개최 검토 가능성을 묻는 여당 의원의 질문에 “남북관계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열려 있다”면서 가능성을 닫지 않았다. 하지만 통일부는 “장관은 분산개최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류 장관의 발언을 정정했다. 통일부가 “남북관계 개선 및 대화가 재개돼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강조한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지만 류 장관의 명시적 언급이 뒤집히는 과정에서는 우왕좌왕하는 통일부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통일부는 앞서 전단 살포 제지 여부를 두고도 갈팡질팡했다.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당국의 대북전단 살포 제지는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자 통일부는 7일 정례브리핑에서 “판결 결과는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몇 분 지나지 않아“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 전단살포 행위를 막을 수 없다는 정부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에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이 쏟아지자 “국민 생명이나 신체 등에 대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하겠다”고 입장을 급선회했다.
박근혜정부는 ‘통일대박론’을 정권의 최대 치적으로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광복 70주년을 맞는 2015년을 남북관계 개선의 골든타임이라고 수 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남북관계 개선으로 대박을 터뜨려야 할 통일부를 보면 영 미덥지가 않다. 관계 개선을 향한 방향도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통일부가 남북대화의 의지를 갖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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