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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비결? 운동과 신토불이 산약초가 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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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비결? 운동과 신토불이 산약초가 보약!"

입력
2015.01.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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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할아버지로 유명, 매일 타고 다닐 정도로 정정

장수는 인류의 오랜 꿈이다. 천하를 호령한 진시황은 불로초를 구하는데 혈안이었지만 50세에 죽었다. 그로부터 2200년 후, 진시황도 먹지 못한 불로초를 먹지 않아도 100세 시대가 열렸다.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100세 인간이란 뜻이다. 유엔(UN)이 2009년 작성한 ‘세계인구고령화(World Population Aging)’ 보고서에 공식적으로 쓴 말이다. ‘100세 장수’가 보편화했다는 선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주기적으로 세계 주요 국가들의 ‘백세인(centenarian)’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평균수명이 1988년 70세, 2008년 80세를 넘어섰다. 불과 20년 만에 10년이나 늘었다. ‘평균’수명이 80세라면 ‘100세 시대’가 현실이 됐다는 것. 65세 이상 고령자 600만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대구?경북지역도 고령자 비율은 2012년 대구 10.9%(27만4,152명), 경북 16.2%(43만7,519명)였다. 저출산과 겹치면서 고령인구 비율은 더욱 빨리 높아지고 있다. 노인들만 남은 농촌지역에서는 더욱 높다. 총체적 초고령 사회가 닥치고 있다.

한국일보 대구본부는 2015년 새해 기획으로, ‘100세 시대’를 당당하고 거뜬히 살아가는 어르신들을 찾아 뵀다. 건강 비결은 무엇인지, 일상은 어떠한지 생생한 모습을 담았다. 아울러 우리 옛 명문가의 장수 건강 비법을 정리했다. 편집자주

홍종태씨가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서고 있다.
홍종태씨가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서고 있다.

경북 영주시 가흥 2동 창진마을. 이 마을 홍종태(100) 옹은 ‘자전거 타는 할아버지’로 유명하다. 평균 수명이 크게 늘어난 요즘, 농촌 길거리에서 자전거 타는 70대 80대 어르신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100살 어르신은 그 자체로 드문데다 매일 자전거까지 타고 다닐 정도로 정정한 모습을 보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 마을 총회가 열렸던 지난달 중순 뒷집에 사는 반장 정점윤(60)씨와 함께 집을 찾아 문을 두드리자 한참 지난 뒤 인기척이 나더니 “웬일이오?”라며 문을 열었다. 100살은커녕 70대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정정했다. 나이가 들면 키가 준다고 하지만 그에겐 예외인 것 같았다. 아직도 키는 180㎝가 넘어 보였다. 단지 세월의 흐름은 어쩔 수 없었는지 청력이 예전 같지 않을 따름이다.

정씨가 큰 소리로 “마을총회가 열리는데 오시지 않아 모시러 왔다”고 하자 “총회라고? 몰랐네, 가야지”라며 집을 나섰다.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마스크, 장갑으로 ‘중무장’한 뒤 현관문 앞의 자전거에 올랐다. 자전거는 쾌속질주가 가능한 ‘로드형’이다. 혹한이 몰아쳤던 터라 반장이 “승용차로 같이 가자”고 몇 번이나 권했지만 한사코 자전거를 고집했다. 집에서 500m 가량 거리의 마을회관까지 젊은이보다 더 나은 실력으로 내달렸다.

집을 나서기 전 잠시 둘러본 집안은 여느 가정집과 다름 없었다. 4년 전 부인과 사별한 뒤 혼자 살고 있는 홍 옹은 매일 식사준비를 직접 한다고 말했다. 시래기된장국과 두부와 돼지고기, 나물을 넣은 찌개, 간장, 나물반찬에다 더덕과 각종 약초로 담근 약주, 막걸리를 반주 삼아 한잔 한다. 밥은 찌개 같은 것은 직접 하고, 영주시내 등 근처에 살고 있는 자식들이 밑반찬을 해 주고 있다. “밥 먹을 때 반주나 목마를 때 한잔씩 한다”며 냉장고에 넣어 둔 10병 가량의 막걸리를 보여 주었다. 마을을 다닐 때 자전거 물통 거치대에 물 대신 싣고 다닐 정도로 즐긴다.

주민등록상 1915년 6월생인 홍 옹은 올해 정확하게 만으로 100살이다. 집에선 이미 지난해 100살 잔치를 했다. 나이가 들면 허리가 굽는 경우가 많지만 홍씨는 여전히 꼿꼿하다. 3남2녀의 다섯 자녀도 모두 건강하다. 첫 자식인 장녀가 올해 72살이다.

장수와 건강 비결을 묻는 말에 “그냥 마음을 편히 가지고 먹는 것 가리지 않고 운동을 열심히 하면 되지”라는 홍씨에게 있어서 남과 달라 보이는 것은 자전거타기와 함께 산약초에 있는 것 같았다.

영주에 사는 막내딸 순남(55)씨는 “아버지께서 젊을 때 독학으로 약초를 공부했고, 요즘도 직접 약초를 구해 달여 자식들에게 나눠줄 정도”라며 “당신께서도 늘 약초를 달여 드셨고, 육류보다는 생선과 나물반찬을 즐겨 드셨다”고 말했다. 찌개에 들어 있는 돼지고기에 대해 “몇 년 전부터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돼지고기를 조금씩 드신다”고 설명했다.

‘자전거 타는 할아버지’라는 별명답게 그의 자전거타기는 남다르다. 마을회관이나 이웃집은 물론 15㎞나 되는 풍기읍까지 자전거를 타고 왕복하기도 한다. 굳이 일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운동 삼아 거의 매일 2시간 이상 자전거를 규칙적으로 탄다.

홍 옹은 “아무래도 나이가 들다 보니 귀가 어두운데, 경로당에서 화투놀이를 하려 해도 잘 들리지 않으니 그것도 민폐야. 무료함도 달래고 운동 삼아 자전거를 타는데,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어”라며 자전거예찬론을 펼쳤다.

그의 자전거타기는 아침 식사를 끝내면서 시작된다. 오전에 자전거로 마을을 한 바퀴 돈 뒤 점심 후 4㎞ 떨어진 영주시내로 나간다. 생활용품을 구입할 때도 있지만 별일이 없어도 자전거를 탄다. 오는 길에 마을회관에 들러 운동기구로 운동하거나 물리치료기로 몸을 풀기도 한다.

4년 전 홍씨가 이 마을로 이사 왔을 때 자전거를 탄다는 말에 같은 마을 사람들도 반신반의했다고 정씨는 전했다. 정씨는 “얼마나 부지런한지 집에 잘 안 계시고 어디든 다니신다’며 “마을총회나 각종 대소사에 꼬박꼬박 참석하신다”고 말했다.

자전거 때문에 지난달 초 교통사고를 당한 적도 있지만 그의 자전거타기는 멈추지 않는다. 도로에서 트럭이 스쳐 지나가면서 넘어져 눈 위쪽에 7바늘이나 꿰맸다. 보통 이런 경우 병원에 드러누워 한 푼의 보상금이라도 더 받아내려는 사람이 많지만 홍씨는 달랐다. 상처에 반창고를 붙이자마자 병원을 나섰다. 막내딸 순남씨는 “연세가 있기 때문에 혹시나 해서 입원수속을 밟았는데, ‘병원에 있으면 답답하니 퇴원하겠다’며 병실을 나와 귀가했다”고 말했다. 병원 의사들도 홍씨에 대해 ‘통뼈’임을 인정했다.

홍씨의 새해 희망은 올해도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자전거를 타는 것이다. “건강하고, 자식들 잘 지내면 됐지 뭘 바라겠냐. 자전거는 계속 탈 거야”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마을사람들이 잘 대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날마다 왕복 20리, 멀 때는 80리. “100세 어르신 자전거가 나갑니다, 비켜나세요, 따르르릉.”

이용호 기자 ly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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