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기소된 연제욱 전 사이버사령관이 인터넷 댓글에 대해 오ㆍ탈자까지 잡는 등 꼼꼼히 챙긴 사실이 1심 판결문에서 밝혀졌다. 그러나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지난달 30일 1심 판결에서 연 전 사령관에 대해 “범행의 구체적인 내용 전부를 알고 지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국방부의 ‘셀프 수사’에 이어 군사법원의 ‘셀프 재판’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 받은 연제욱ㆍ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 등에 대한 판결문을 보면 연 전 사령관은 재직시절 정치 관련 인터넷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나선 것으로 기술됐다. 예하지휘관이 작성한 ‘대응작전결과보고서’ 초안을 검토한 뒤 직접 자필로 수정하거나 수정사항을 지시했다. 또 매일 오전 작전결과를 보고받으면서 보고서의 문맥과 오ㆍ탈자 등을 점검하고 자구 수정도 했다. 보고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레이저포인터를 집어 던지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판결문 내용은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려준다. 연 전 사령관이 치밀하게 댓글 공작을 주도했다는 점이고, 보고서 수정에 그토록 신경을 쓴 것은 윗선인 김관진 당시 국방부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한 것이라는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보통군사법원은 판결문에서 연 전 사령관의 구체적인 혐의를 상세히 적시하면서도 솜방망이 처벌로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또한 판결문에 나타난 대로 김 장관이 보고받았을 개연성이 높은데도 군은 김관진 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단 한 차례의 조사도 않고 수사를 종결했다.
판결문에서는 사이버사의 활동과 국가정보원의 활동 사이에 연관성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도 등장한다. 연 전 사령관의 후임인 옥도경 전 사령관은 부임 초기 국방부 정책기획관으로 자리를 옮긴 연 전 사령관에게 “내곡(국정원 지칭)에서 온 정보가 있다. 시간되실 때 전화로 말씀 드리겠다”거나 “국정원 국정조사 관련 깊이 생각해보고 대처 바람” 등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사이버사와 국정원 사이에 대선 직전 선거개입 관련 정보를 직접 주고받았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그러나 국방부는 지난해 8월 수사결과 발표에서 연계 혐의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사건은 여론의 압력에 밀려 시작된 수사 초기단계부터 부실투성이였다. 국방부 조사본부가 그랬고, 이를 넘겨받은 군 검찰도 수사에 소극적이었다. 여기에 군사법원까지 가세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2심에서 공소장 변경과 엄정한 재판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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