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알카에다 등 무장단체 활동 지역, 동생 쿠아치는 이라크 반군 돕다 복역
CNN "예행연습한 듯 순식간 총격" 전 세계 "내가 샤를리" 애도의 물결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에 난입해 만평작가 등을 표적사살한 범인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인 알카에다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경찰이 지목한 범인 세 명 중 가장 나이가 어린 하미드 무라드(19)는 사건 당일인 7일 밤 자신의 이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고 자수했다. 나머지 사이드 쿠아치(35), 셰리프 쿠아치(33) 형제는 추적 중이다. 모두 프랑스 국적이다.
프랑스 경찰이 범인의 윤곽을 잡은 것은 사건 현장 인근에 버려진 도주 차량에 흘린 신분증이었다. 당국은 거주지가 파리인 쿠아치 형제를 검거하기 위해 이들의 사진을 배포하고 파리 전역을 이 잡듯 뒤지고 있다. 무라드가 살았던 북부 랭스에도 대테러 경찰을 급파했다.
◆목격자들 “‘예멘 알카에다’라 했다”
이날 사건 현장의 목격자들은 범인들이 “‘예멘의 알카에다’라고 언론에 전하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특히 셰리프 쿠아치는 2008년 이라크 반군에 무장대원을 보내는 일을 돕다 적발돼 징역 18개월을 선고 받고 복역까지 했고 이 통신은 덧붙였다. 프랑스 시사지 르푸앵은 이들이 지난해 여름 시리아에서 돌아왔다고 소개했다. 시리아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해 알카에다 관련 무장단체들이 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반대해 4년 넘게 내전을 벌이는 나라다.
어린 딸을 보육원에서 데리고 오다 건물 출입문 앞에서 테러범을 마주친 만화가 코니 레이가 “마스크를 쓰고 무장한 두 명이 무섭게 협박” 당해 출입문 비밀번호를 눌러 그들이 들어갈 수 있게 해주었다고 프랑스 일간 뤼마니테가 전했다. 레이는 “총격은 5분간 이어졌고 범인들이 (유명 만화가인)윌린스키와 카뷔에게 총을 쐈다”고 덧붙였다. CNN은 당시 주민들이 촬영한 동영상을 분석한 결과 테러범들이 예행연습이라도 한 듯 재빠르게 움직이며 총격대상을 찾아 다녔다고 전했다.
◆프랑스 국가애도의 날 선포
이번 테러로 숨진 희생자 12명을 추도하기 위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8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전날 저녁 생중계 연설에서 “우리가 가진 최고의 무기는 단합”이라며 “희생자들의 이름으로 자유의 메시지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 정상과 국제기구 대표들도 이 사건을 일제히 비판하며 공조 의지를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8일 성명을 통해 “미국의 가장 오랜 동맹에 대한 공포스러운 테러”라며 “프랑스 정부와 긴밀히 협조하고 테러리스트들을 정의의 심판대에 세우는 데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뉴욕 유엔본부 신년회에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 초석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옌스 슈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 등도 “야만” “비열” 같은 용어를 사용해 테러 행위를 맹비난했다.
아랍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은 언론사에 대한 총격 사건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을 냈다고 이집트 관영 메나통신이 8일 보도했다. 이집트 최고 종교기관인 알아즈하르도 “이 사건은 범죄에 해당하는 공격”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마르지에 아프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7일 “테러 행위는 이슬람의 가르침에 어긋난다”면서도 “성스러운 종교적 가치와 상징에 대한 모욕도 비난 받아야 한다”며 양비론을 내세웠다.
◆스페인 이탈리아…미국까지 테러경계령
전 세계 각국의 시민들도 나섰다. 프랑스에서는 파리를 비롯해 리옹, 마르세유 등 대도시에 시민 10만여명이 모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테러를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샤를리 에브도와 연대하고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겠다는 의미로 ‘나는 샤를리다’(Je suis Charlie) 슬로건이 적힌 팻말을 가슴에 안고 집회에 참석했다.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의회 건물 앞에는 추모객 1,000여명이 모였고,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도 수백 명이 언론 자유를 외쳤다. 특히 SNS 사용자들은 슬로건이 적힌 그림을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하거나 해시태그(#JesuisCharlie )를 달아 샤를리 에브도를 지지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한편 미국 정부는 파리 테러 직후 자국에 테러 경계령을 내리고 뉴욕 등 주요 도시에 중무장한 특수 경찰관과 경찰력을 배치했다. 스페인 당국은 대테러 보안 단계를 상향조정하고 프랑스 정부와 정보를 교환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정부도 프랑스 미국 유대인 관련 시설에 대한 보안을 강화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