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서 출발 타 업종으로, 애니 영화 '탄생의 비밀' 개봉 15일 만에 50억엔 수입
준비된 콘텐츠가 비결, 어린이 고민까지 설문조사 캐릭터·스토리 만들어 내
지난해 12월 20일 겨울방학을 맞아 일본 전역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요괴워치, 탄생의 비밀’이 개봉 15일 만인 3일 흥행 수입 50억엔을 돌파했다. 지난해 일본 열도를 휩쓴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17일 만에 50억엔 수입을 올린 것보다 이틀 앞서는 기록이다. 관객수도 8일 현재 5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요괴워치’의 대박 조짐은 개봉 전부터 감지됐다. 이 영화를 배급한 일본 도호영화사에 따르면 영화가 개봉되기 전 판매된 예매권만 114만장을 넘어섰다. 83년 역사를 가진 이 회사가 100만장 넘는 예매권을 판매한 것은 ‘요괴워치’가 처음이다. 마케팅 컨설턴트 아라이 야스시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이 결합, 최대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며 “흥행 수입 100억엔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지난 한 해 일본 열도를 강타한 요괴워치 열풍이 해를 넘겨서도 그칠 줄 모른다. 당초 게임에서 출발한 요괴워치는 TV, 영화, 출판, 유통 등에서 파생 상품을 만들어내며 사회적 신드롬으로까지 자리잡고 있다. 일본 열도를 넘어 한국에서도 요괴워치 열풍이 감지되고 있고, 향후 전세계 시장을 상대로 본격 마케팅에 들어갈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 아베노믹스가 강조하는 성장동력의 일환인 쿨재팬(대중문화 콘텐츠를 앞세운 수출전략)에 가장 부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요괴워치 신드롬은 게임회사 레벨파이브가 2013년 7월 닌텐도3DS용 게임을 출시하면서 시작됐다. ‘게이타’라는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이 요괴를 현실의 세계로 불러낼 수 있는 손목시계(요괴워치)를 우연히 입수, 착한 요괴와 힘을 합쳐 나쁜 요괴를 물리친다는 내용이다.
게임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 해 1월 테레비도쿄에서 애니메이션 드라마를 방영하기 시작했는데, 방송 2회 만에 20년 가까운 이 방송국 간판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시청률을 앞질렀다.
지난 해 7월 출시된 닌텐도3DS용 두번째 시리즈 ‘요괴워치, 본가’ ‘요괴워치, 원조’ 등 두 제품은 애니메이션의 인기와 더불어 상승효과를 발휘, 300만개를 넘는 판매 기록을 세웠고, 지난달 출시된 3번째 시리즈 ‘신우치(?打)는 이틀 만에 120만개가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일본의 식품 업계와 문구 업계 등은 요괴워치 캐릭터로 포장한 카레, 빵, 소시지, 과자, 연필, 지우개 등 다양한 관련 제품을 출시, 적지 않은 매출효과를 누리고 있다. 제품 가지수가 늘면서 요괴워치를 주제로 한 상품을 진열대 한 곳에 마련하는 대형마트나 슈퍼마켓도 늘고 있다.
요괴워치의 신드롬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기획단계에서 철저한 분석을 거친 준비된 콘텐츠에 있다고 일본업계는 분석한다.
레벨파이브는 5년 전부터 요괴워치 게임소프트 개발을 준비했으며, 이 과정에서 어린이들의 고민거리를 조사해 스토리 내용과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콘텐츠의 확산을 위해 게임, 완구, 영화, TV, 광고 등 관련업계 관계자가 수시로 모여 판매전략에 대한 회의도 가졌다. 완구, 게임소프트 등 관련 상품이 다 팔려도 추가로 발매하는 것을 서두르지 않은 것도 어린이 소비자의 호기심 유발을 위한 철저한 마케팅 전략에 따른 것이었다.
요괴워치 신드롬은 한국에서도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애니메이션 전문 케이블채널 투니버스가 지난해 10월부터 요괴워치 TV시리즈를 방영하기 시작하면서 연일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 갔다. 시청률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1월 30일 방송된 요괴워치 시청률은 1.43%(케이블 기준)으로 tvN, OCN 등 CJ E&M그룹이 보유한 채널을 통틀어 1위를 차지했다.
한국에서도 요괴워치 열풍이 감지되자 국내 한 온라인 쇼핑몰이 완구 요괴워치 1,000개를 일본에서 수입, 판매에 나섰는데 하루 만에 600개를 팔아 치웠다. 투니버스 관계자는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요즘 요괴워치가 대세라는 부모들의 반응이 적지 않다”며 “관련 상품을 구입하고 싶다는 수요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요괴워치 인기를 계기로 한국에서도 콘텐츠 시장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영훈 한국콘텐츠진흥연구원 도쿄사무소장은 “한국에서는 게임 시장이 상대적으로 소외 받는 분위기가 있어 콘텐츠 산업이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고, 애니메이션, 완구 업체 등이 타업종과의 연계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콘텐츠 개발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며 “한국 업계도 요괴워치가 도입한 미디어 믹스 전략을 십분 활용한다면 콘텐츠 산업이 보다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글ㆍ사진 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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