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호주 아시안컵을 앞두고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침대 축구'와 '할리우드 액션'에 대해 엄중 경고했다. 대한축구협회는 7일 AFC가 대회 출전국을 상대로 가진 의무교육 및 심판 판정 기준 설명 내용을 전했다. 협회 측에 따르면 AFC는 시뮬레이션 및 경기지연행위 외에도 판정항의, 거친 태클, 핸드볼, 홀딩 등에 대해 엄격히 제재할 뜻을 전했다. 이번 판정 기준 강화는 AFC 역시 더 빠르고 더 재미있는 경기 진행을 지향하는 세계 축구의 흐름에 발 맞추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처럼 축구 규칙은 주요 대회를 기점으로 개정·보완돼 왔다. 특히 국제축구연맹(FIFA)과 국제축구평의회(IFAB)는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 대회 및 유럽축구연맹(UEFA) 주관 대회들을 기점으로 선수들을 보호하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위해 꾸준히 규칙을 변화시켰다. 이때 개정된 기준은 이번 AFC의 판정 기준 강화 사례처럼 각 대륙의 제도 및 판정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해 왔다.
● 1970~80년대 : 선수교체 제도조차 없었던 월드컵
불과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지금이라면 상상도 하기 힘든 제도적 허점들이 있었다. 월드컵 무대에서조차 선수 교체가 없는 축구, 공공연한 승부 담합 등이 존재했다. FIFA는 1970년 멕시코 월드컵 때부터 이 같은 치명적 허점들을 꾸준히 보완해왔다.
선수교체는 1970년 멕시코월드컵부터 도입됐다. 이전까지는 11명의 선수 중 한 명의 선수가 부상으로 빠지면 교체 없이 남은 10명의 선수로만 경기를 치렀다. 1960~1970년대 축구 해설위원을 맡았던 이의재 전 대한축구협회 이사는 "1960년대 한일전만 해도 한국 선수들이 출중한 일본 골키퍼를 내보내기 위해 코너킥 상황에서 거친 파울로 골키퍼를 다치게 한 경우도 있었다"면서 “당시 이 같은 제도적 허점 탓에 힘과 거친 플레이도 곧 전술로 여겨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1982년 스페인월드컵 때부터는 조별리그 마지막 2경기를 같은 시간에 시작하도록 개정했다. 다른 팀을 떨어뜨리거나 토너먼트에서 편한 상대를 만나기 위한 승부 담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 1990년대 :‘백 태클 퇴장 1호’불명예는 대한민국
1990년대의 규정 개정은 '공격 축구'와 '선수 안전'에 초점을 맞췄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지키는 축구’가 반복돼 경기당 평균 2.21득점(52경기 115골)이라는 지독한 골 가뭄을 경험한 FIFA는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수비수의 백 패스를 골키퍼가 손으로 잡지 못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더 많은 골로 축구에 재미를 더하고 골키퍼가 공을 잡고 고의적으로 시간을 지연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백 태클을 엄격히 금지했다. 축구가 점차 산업화되고, 선수들의 부상이 몸값에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선수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커진 것이 배경이었다. 당시 한국의 하석주(46·전 전남 감독)는 멕시코와 펼친 조별리그 1차전에서 첫 골을 넣은 뒤 백 태클을 시도해 경고 없이 퇴장을 당하며 '백 태클 퇴장 1호'라는 불명예 기록을 남겼다.
● 2000년대 :‘신사의 스포츠’축구, 품격을 지켜라
2000년대에는 비신사적 플레이 철퇴와 판정의 정확성을 강조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거짓된 동작으로 심판의 눈을 속이기 위한 행동인 '시뮬레이션 액션'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당시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토티(38)는 한국과의 16강전에서 수비수 송종국(35)에게 밀려 넘어진 것처럼 보이기 위해 과장된 행동을 하다 경고를 받았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는 팔꿈치 가격이나 상대 유니폼을 끌어당기는 행위를 엄격히 다뤘다. 특히 공중 볼 경합에서 교묘하게 이뤄지던 팔꿈치 가격이 적발될 경우 즉시 퇴장시켰다. 이와 함께 심판의 휘슬이 울린 뒤 공을 건드리거나 심판을 에워싸는 등 심판 판정에 대한 불복 행위에 가차없이 카드를 꺼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는 패널티킥을 차는 동작에서 골키퍼를 속이기 위해 멈칫하는 동작을 철저히 막겠다고 공언해다. '파라딘하(Paradinha)'로 불렸던 이 기술이 스포츠 정신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UEFA에서 개최한 유로2012 본선 무대에서는 골 판정 논란 해소를 위해 주심과 대기심 각각 1명, 부심 2명 둔 기존의 4명의 심판 외에 양쪽 골 라인에 2명의 부심을 더 두는 6심제를 실험했다. 하지만 이 역시 골 판정 논란을 완벽히 해소하지 못하자, FIFA는 지난해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부터 골 라인 판독 시스템을 도입했다.
김형준기자 mediaboy@hk.co.kr
▶천당과 지옥을 오갔던 1998 프랑스월드컵 멕시코전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첫 도입된 골 판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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