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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외사산 이은 157km 길… 용마·아차산 코스 절경이 백미

입력
2015.01.0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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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의 선풍적인 인기 덕분에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은

서울둘레길에는 삶의 터전인 서울을 마치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묘미가 있다. 8일 오후 서울 광진구 아차산 능선을 지나는 서울둘레길에서 내려다본 도심의 풍경. 한강과 올림픽대교 너머로 신축 중인 제2롯데월드 건물이 우뚝 솟아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서울둘레길에는 삶의 터전인 서울을 마치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묘미가 있다. 8일 오후 서울 광진구 아차산 능선을 지나는 서울둘레길에서 내려다본 도심의 풍경. 한강과 올림픽대교 너머로 신축 중인 제2롯데월드 건물이 우뚝 솟아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지금 전국 곳곳에 많은 걷는 길들이 생겨났다. 기존의 등산로와 오솔길 등을 잇는 아름다운 길들이 국토에 한 땀 한 땀 초록의 쉼터를 수놓고 있다.

그 중 최근에 전 구간이 개통된 157㎞짜리 서울둘레길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 길이 유독 특별한 이유는 대한민국의 심장인 서울을 한 바퀴 두른다는 것과, 모든 코스가 지하철역에서 연결된다는 것. 메트로폴리탄의 전경을 바라보며 또 서울 너머의 푸른 자연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길이다. 한 걸음 걷고, 한 코스를 지날 때마다 부대낀 삶의 공간이던 서울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길이다.

지난 주말인 3일 낮 서울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 2번 출구 앞에서 서울둘레길 걷기를 시작했다. 지하철역 출구가 서울둘레길 제3코스인 고덕ㆍ일자산 구간의 시작점이다. 둘레길 이정표를 따라가다 보니 광진교를 건너며 강바람도 맞게 되고, 한강공원 광나루지구를 지나며 이색 마을인 서원마을도 지나게 된다. 1970년대 말 취락지구개선사업을 통해 ‘서양식 주거단지’를 만든다는 계획 아래 당시 집집마다 담을 없애고 잔디밭과 주차장을 만들어 오늘의 모습을 갖췄다는 이 마을을 지나며 길은 높이 108m의 고덕산으로 오른다.

산 중턱에서 만난 김명호(52)씨는 “주말을 맞아 휴식도 취할 겸 집 앞 산에 왔다가 표지판을 보고 서울둘레길을 알게 됐다”며 “날이 풀리면 가까운 곳부터 한번 완주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날 고덕산을 내려와 고덕역까지 천천히 서울둘레길 3-1 코스를 완주하는데 걸린 시간은 4시간 30분 정도였다.

전구간 개통 두 달 맞은 서울둘레길

서울둘레길은 서울시 외곽에 자리한 4개의 산(북한산ㆍ용마산ㆍ관악산ㆍ봉산)을 크게 한 바퀴 돌 수 있도록 산과 하천, 마을 등을 이은 8개 코스 총 157㎞ 구간의 길이다. 2011년 제1코스인 수락ㆍ불암산 구간과 제5코스인 관악산 구간 조성을 시작으로 4년 만인 지난해 11월 15일 고덕ㆍ일자산 구간이 연결되며 전 구간이 개통됐다.

서울둘레길은 각 코스별 출발점과 도착지점이 모두 23개의 지하철역과 이어져 길을 찾아가기가 어렵지 않다. 강인호 서울시 산림관리팀장은 “제주 올레 등이 좋다지만 멀리 있다 보니 그곳의 아름다운 경치를 모두 섭렵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며 “때론 사색과 휴식보다는 빠른 완주가 목적이 돼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둘레길은 바로 우리 집과 직장 옆에 있어 바쁜 일상에 지친 시민들이 편하게 사색을 즐기며 건강도 챙길 수 있는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날이 풀리는 대로 숲이 좋은 구간에 북카페와 쉼터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서울둘레길은 기존 등산로를 이용해 최대한 자연훼손을 줄여 조성됐다. 계단 등 인공구조물을 최소화하고, 꼭 필요해 설치할 때도 철근과 콘크리트 등은 최대한 배제하면서 태풍으로 쓰러진 아카시나무 등 피해목을 적극 활용했다. 이 같은 방식을 통해 설계 당시 290억원이던 공사비용이 119억원으로 59%나 줄어들었다.

가장 뛰어난 경치는 용마ㆍ아차산 코스

서울둘레길은 길의 형태에 따라 능선 위주 숲길(85㎞)과 공원 및 녹지를 활용해 연결한 마을길(32㎞), 그리고 제방이나 둔치로 연결된 하천길(40㎞)등으로 나뉜다.

서울둘레길 개통에 앞서 테스트에 참가한 ‘100인 원정대’를 통해 전 구간을 두 차례 완주했다는 이기백(65)씨는 “전체 코스 가운데 풍경은 용마ㆍ아차산 코스가 단연 으뜸”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여러 서울둘레길 코스 가운데 유일하게 능선만을 따라 걷는 이 코스는 서울 시내는 물론 인접 도시인 경기 구리시 시내와 한강 등을 한 눈에 내려다보며 걸을 수 있다. 이씨는 또 “벚꽃이 흐드러지는 봄엔 여의도 윤중로 보다도 벚꽃이 장관인 안양천 코스를 추천한다”고 했다.

서울시는 가족 등과 함께하는 편안한 트레킹 구간으로는 고덕ㆍ일자산 코스를, 도심 속 삼림욕을 즐기고 싶다면 관악산코스와 대모ㆍ우면산 코스를 추천했다. 또 완주하기에 가장 난이도가 높지만 풍부한 산림과 경치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수락ㆍ불암산 코스도 주요 코스로 꼽았다.

서울시는 둘레길을 조성하며 코스마다 역사ㆍ문화 관련 장소들을 포함시켜 시민들이 둘레길만 걸어도 자연스럽게 지역 내 명소를 둘러볼 수 있게 했다. 코스에 포함된 역사·문화자원은 관음사, 천주교삼성산성지, 윤봉길의사기념관, 봉수대 등 35곳에 이른다. 강 팀장은 “내사산(북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을 이어 2011년 정비를 마친 한양도성길(18.6㎞)이 역사문화탐방로의 성격이 크다면 외사산을 이은 서울둘레길은 역사탐방로 겸 자연생태 경관을 제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완주 독려하는 스탬프 투어 도입

보통의 걸음 속도로 서울둘레길을 산책한다면 하루에 8시간씩 10일은 걸어야 완주가 가능하다. 완주 도전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 그래서 서울시는 시민들이 서울둘레길을 좀 더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각 구간별 12~34㎞에 이르는 8개 코스를 다시 총 21개의 세부코스로 나눴다.

또 전 구간 완주를 독려하기 위한 ‘스탬프 투어’방식도 도입했다. 스탬프 투어는 21개 코스의 시작 지점과 끝 지점마다 폐우체통으로 만들어진 스탬프 시설을 설치해 구간을 완주할 때마다 스스로 스탬프를 찍는 방식이다. 전 구간 스탬프를 모두 찍은 완주자에게는 시에서 완주증도 발급한다.

8일 현재 서울둘레길 완주증을 받은 374명 가운데 60대 이상 완주자가 절반을 넘는다. 시 관계자는 “체력에 부담된다며 산을 꺼려하던 이들까지 서울둘레길로 발걸음을 옮기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완주증을 받기 위해 구간별 완주스탬프를 찍어 보관하는 스탬프북 4만권이 이미 배포된 만큼 봄이 오면 서울둘레길에 많은 시민이 모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서울둘레길 걷기축제’를 매년 열고, ‘완주원정대’ 등을 수시로 모집해 서울둘레길 완주가 시민들에게 평생 꼭 한번은 해보고 싶은 버킷 리스트가 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갱년기 남녀를 대상으로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숲 해설 수업을 진행하는 등의 계획도 준비 중이다.

서울둘레길의 정보는 서울시청 열린민원실, 양재시민의 숲, 서울창포원ㆍ관악산ㆍ아차산 관리사무소에 비치된 ‘서울둘레길 안내지도’나 서울 도보길 홈페이지인 서울두드림길(http://gil.seoul.go.kr)을 통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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