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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자금 규제 풀되 수입·지출은 상시 공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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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자금 규제 풀되 수입·지출은 상시 공개해야

입력
2015.01.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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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은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해로 돈 선거, 지역독점 정당체제, 밀실공천, 계파정치, 정책부재 등 한국정치의 고질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대안들이 논의되고 제도화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선거제도와 정당체제의 개혁을 위한 국회 정치개혁특위를 올해 구성하기로 약속했다. 선거자금도 전체적인 개혁의 틀 속에서 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 정치권을 압박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정치에서 선거자금은 권위주의 시대뿐만 아니라 민주화 이후에도 지속된 문제였다. 일명 ‘고무신’ 혹은 ‘막걸리’ 선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매표행위가 만연됐다. 민주화 이후에도 돈봉투를 돌리면서 표를 사고 팔던 관행이 유지됐다. 서울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려면 적어도 30억원을 선거자금으로 써야 당선된다는 ‘30당 20락’이라는 말이 있었다. 엄청난 액수의 정치자금이 선거기간에 살포되었고, 이런 불법 선거자금을 준비하기 위해 후보와 정당은 대기업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자연히 정경유착으로 이어지게 되는 악순환이 지속되었다.

다행히 이런 선거자금의 악순환은 2004년 정치관계법 개혁으로 단절될 수 있었다. 이때 개혁된 정치자금법의 특징은 정치자금의 수요와 공급을 줄이고,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돈 먹는 하마라고 비판 받던 지구당을 폐지했고, 과거 조직동원형 고비용 저효율 선거운동을 매스미디어를 이용하는 저비용 고효율 선거운동방식으로 전환해 선거비용도 급격히 줄였다. 공급 측면에서는 법인, 단체의 정치자금의 기부를 금지했고, 후원회 모금 한도를 하향 조정했다.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회계보고제도를 강화하고 수요와 지출 내역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정치자금과 선거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어 불법정치자금의 소지를 없앴다는 점에서 저비용의 정치자금제도가 정착했다.

2004년 정치개혁은 불법 선거자금, 막대한 정치자금의 문제를 해결해 진일보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발전 그 자체로 평가한다면 퇴보한 측면도 있다. 전반적으로 정치적 영역이 축소되고 정치적 활동은 많은 제약을 받게 돼 민주주의가 위축되었다. 지구당이 폐지돼 정치자금의 수요는 줄어들었지만 정당정치의 뿌리가 사라졌고 유권자의 정치인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져 민의의 수렴과 전달에 문제가 발생했다. 선거비용의 상한액이 낮은 수준에서 정해져 정치적 형평성이 보장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신인 정치인이나 소수정당이 경쟁력을 갖고 현직 의원이나 거대정당과 경쟁하기에는 많은 규제와 한계가 있었다.

최근에는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선거운동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여 보다 자유로운 방식으로 운동을 할 수 있게 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결국 선거자금, 크게는 정치자금제도는 규제를 풀고 현실화하는 대신 투명성을 높이고 불법행동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먼저 선거자금의 현실화 문제다. 조직운영에 자금이 많이 사용되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에는 후보선출과정과 홍보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후보자들은 자신들의 지지도 파악을 위해 여론조사를 몇 차례 실시하는데 한 번에 몇천만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특히 상향식 공천이 일반화되면서 필요한 여론조사와 경선 비용은 후보가 부담해야 한다. 선거운동의 기본이 되고 있는 선거유세차는 음향 기기, 영상 장비, 연단 등 특수 제작한 트럭이다. 비싼 임대료와 운전기사 일당까지 합한 비용은 대략 선거기간 중 비용이 적게는 2,000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원까지 든다. 선거운동 지역이 넓을 경우 유세차량 1대 추가가 가능해 유세차량을 2대 운영할 수 있다.

기본적인 비용으로 선거사무소 임차, 컴퓨터 등 사무용품 구비, 명함제작, 선거운동원 고용, 문자메시지 보내기 등등 돈이 필요한 곳은 수도 없이 많다. 선거운동에 대한 규제가 풀리고 선거운동기간이 늘어나면 더 많은 선거자금이 필요하다. 후보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현실적인 선거자금의 수입과 지출에 대한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는 선거자금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 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선거운동이 가능하도록 선거운동에 대한 규제가 줄어들 경우 선거자금 지출에 대해서도 보다 많은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 예를 들면 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사무원은 읍ㆍ면ㆍ동의 수×3+5 명 이내에서 둘 수 있다. 지역구가 넓은 경우는 적은 경우보다 선거사무원을 더 둘 수 있는 제도인데, 선거사무원의 수는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보다 후보자의 선거운동전략에 따라 정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마지막으로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선거자금 수입 지출 내역 등을 인터넷으로 상시 공개하게 하여 깨끗이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유권자가 후보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행 제도하에서는 선거 후 30일 이상이 지나서야 공개된다. 유권자가 선거비용 수입 지출 내역을 열람하거나 복사하기 위해서는 관할 선관위사무소에 가야하고 공개 기간도 3개월로 제한돼 있는데 유권자가 보다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인터넷에 상시 공개하도록 개선되어야 한다.

임성학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한국정당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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