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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남북정상회담 추진의 구조적 한계

입력
2015.01.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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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년을 맞는 해다. 올해가 갖는 민족사적 의의는 매우 크다. 남북한 지도자들은 이렇게 오랫동안 분단이 지속되도록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민초들로부터의 물음에 답해야 하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념과 체제가 무엇이기에 부부, 부자, 형제자매간에 만날 수 없고 생사확인도 할 수 없단 말인가? 정치권력을 잡은 남과 북의 지도자들은 자기체제에 속한 국민과 인민을 틀어쥐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서 흡수통일과 적화통일을 추진하거나 꿈꾸며 대다수 이산가족들의 한을 풀어주지 못하고 분단 70년, 두 세대를 흘러 보냈다.

최근 남과 북이 꺼져가는 대화의 불씨를 살리려는 움직임을 다시 본격화하고 있다. 남측이 먼저 지난 연말 통일준비위원회 명의로 장관급회담을 제의했고, 북측은 김정은 제1비서의 신년사에서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고위급접촉 재개와 부문별 회담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단된 고위급접촉을 먼저 재개하고 남측 통준위가 제안한 장관급회담은 부문별 회담에서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통준위 회담 제안에 대한 사실상 수정제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은 신년사에서 단연 주목을 끈 대목은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는 대목이다. 북한 지도자가 남북정상회담 개최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수령의 무오류성이 보장된 유일체제인 북한에서 최고지도자가 정상회담을 언급한 것은 올해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분단 70년을 맞는 올해를 계기로 시대착오적이고 소모적인 분단체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분단국가 정치권력의 속성을 고려할 때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정상회담이다. 하지만 약효가 빠를수록 부작용도 많듯이 정상회담 추진에는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김정은이 주장한 ‘분위기와 환경’ 문제와 관련해서도 한미합동 군사연습 중지, 체제통일 배제, 대북전단 살포중단 등의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과 리더십을 발휘하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도 있다.

남북정상회담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북핵문제다. 북한은 핵개발의 동기를 북미 적대관계에서 찾는다. 북미 적대관계를 해소하려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야 한다. 결국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와 관련한 해법을 찾지 못하면 남북정상회담 성사는 어려울 것이다.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때에도 북미 적대관계 해소 및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한 전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김대중 정부의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 구상에 미국 클린턴 행정부가 호응해 1999년 가을 ‘페리 프로세스’를 가동하면서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었다. 노무현 정부에서의 2007년 정상회담도 6자회담에서 북핵 ‘불능화’ 합의가 이뤄지고 부시 대통령이 평화협정 체결에 앞서 ‘종전선언’을 먼저 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냄으로써 가능했던 것이다. 남측 대통령의 임기 말에 북측이 정상회담에 나온 것은 6ㆍ15 공동선언의 사문화를 막고, 종전선언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난 두번의 정상회담의 경험에 비춰볼 때 박근혜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핵 해법과 관련한 새로운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국가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북한의 연이은 장거리 미사일발사와 핵실험으로 취해진 유엔 차원의 제재와 압력을 가하는 시기다. 미국 등 관련 국가들 중에는 남북대화가 이뤄져 5ㆍ24 조치가 해제되고, 금강산관광이 재개될 경우 대북 압박공조가 깨질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신년휴가 중에 급히 북한의 해킹사건에 대한 추가 제재를 가한 데는 연초부터 본격화하고 있는 남북대화 움직임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가 내포돼 있는지도 모른다. 북한이 제재를 받고 있는 ‘불량국가’임을 환기시켜 한반도에서의 섣부른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을 경계하는지도 모른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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