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기소… 공무방해 혐의 추가
조현아(40)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회사 측의 조직적인 사건 축소ㆍ은폐를 사실상 지시해 ‘땅콩 회항’ 사건을 조사한 국토교통부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근수)는 7일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죄 및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죄, 형법상 강요죄 및 업무방해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조 전 부사장을 구속기소했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구속영장 청구 당시에는 적용되지 않았던 혐의다. 검찰은 또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된 이 회사 여모(57) 객실담당 상무와 대한항공에 국토부 조사 내용을 흘려 구속된 국토부 김모(54) 조사관도 함께 기소했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이 대한항공의 사건 은폐와 국토부의 부실 조사를 야기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국토부가 사건 조사에 처음 나선 지난달 8일 저녁 여 상무로부터 상황보고를 받은 뒤 “사무장이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내리도록 지시한 것이 뭐가 잘못됐냐” “오히려 사무장이 (내게) 사과를 해야 한다”고 수차례 질책했다. 이날은 여 상무가 박창진 사무장이 조사를 받던 국토부 조사실에 19분간 동석했던 날이다. 이후 여 상무가 대한항공 임직원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건 은폐에 나선 것은 결국 조 전 부사장의 ‘지시성 질책’ 때문이라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또 조 전 부사장은 국토부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여 상무에게 “사태 잘 수습하세요”라는 이야기를 했고, 여 상무도 이에 “지시하신 대로 잘 수습하겠습니다. 법 저촉 사항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고 대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 전 부사장은 이후에도 여 상무로부터 수시로 국토부 조사에서 직원들의 진술 내용과 동향 등을 전화와 문자 등으로 보고받고, 국토부 김 조사관에게 흘려 들은 조사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을 담은 내용의 보고서를 이메일로 보고받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기관의 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했고 이로 인해 부실 조사라는 결과가 초래됐기 때문에 여 상무와 함께 국가기관의 조사를 방해한 ‘공동정범’이 성립된다”고 말했다.
여 상무는 이번 사건이 언론에 처음 보도되기 이틀 전 박 사무장이 작성한 최초 보고서를 삭제하는가 하면, 검찰이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동안에도 부하 직원에게 남은 자료를 삭제하거나 컴퓨터 한 대를 바꿔치기 하도록 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여 상무에게 증거인멸과 관련한 ‘매우 구체적인 지시’를 한 증거가 없어 당초 검토하던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적용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미국 뉴욕 JFK공항 폐쇄회로(CC)TV에 찍힌 당시 KE086편의 램프 리턴 상황을 항공기항로변경죄의 증거자료로 법원에 제출할 방침이다. 이 동영상에는 활주로 쪽으로 10m가량 이동한 항공기가 갑자기 3분간 멈춰 섰다가 게이트로 다시 되돌아간 뒤 얼마 안 돼 재출발하는 상황이 고스란히 찍혀 있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의 일등석 무료 탑승 의혹과 국토부 공무원들의 항공기 좌석 승급 특혜 의혹 등에 대해 계속 수사할 예정이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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