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 논란 신은미씨 책 우수도서 선정 취소
‘종북콘서트’ 논란의 당사자인 재미동포 신은미(54)씨가 쓴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네잎클로바 발행)가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학나눔 사업에 따른 2013년 상반기 우수문학도서 목록에서 7일 제외됐다. 선정을 취소한 전례도, 관련 규정도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조치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 책은 2013년 6월 문인과 공공도서관 관계자 등 10여명의 심사를 거쳐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됐다. 그러나 저자는 지난해 11월 중순 ‘북(Book) 콘서트’를 시작한 이후 종북 논란에 휩싸이면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북한 찬양 및 고무)로 수사를 받고 있다.
문학나눔사업은 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우수도서 보급사업의 하나다. 2013년 이 사업을 주관한 책읽는사회문화재단 관계자에 따르면 문체부와 문화예술위원회,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은 지난해 12월 31일 회의를 열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책은 제외한다는 입장에 따라 신씨 책의 선정 취소를 확정하고 7일 재단 홈페이지의 나눔도서 목록에서 삭제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선정을 취소한 전례와 관련 규정이 없는 데다 선정 당시 심사위원을 다시 소집해 재심의하기도 어려워 문체부와 문화예술위, 재단이 협의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선정 후 이 책을 구입해 도서관과 지역아동센터 등 전국 1,192곳에 보급했던 문체부는 선정 취소에 따라 책을 회수할 예정이다.
현재 문체부의 우수도서 보급사업은 문학·교양·학술 부문을 통합해 '세종도서'라는 이름으로 2014년부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하고 있다. 진흥원은 지난해 3월 세종도서 선정 제외 및 선정 취소 규정을 마련, 같은 해 7월 이후 선정 도서에 대해 적용하기로 했으나 신씨의 책은 이보다 먼저 선정된 것이어서 해당이 안 된다. 진흥원 관계자는 ”선정된 책이 개정판으로 확인돼 보급 전에 회수한 사례가 2건 있을 뿐, 이미 배포한 책을 회수한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진흥원 규정의 선정 제외 또는 취소 기준은 저작권 위반, 표절, 개정판, 청소년 유해도서 등 권장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책, 베스트셀러 등 9개항이며, 여기에 해당되는 책은 선정 후에라도 진흥원장 직권으로 회수할 게 있게 돼 있다.
전례가 없는 이번 소동에 출판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문사회과학 책을 주로 내는 한 중견 출판사의 편집장은 “심사의 정해진 기준과 절차에 따라 선정된 책을 명확한 사유도 없이 1년 반이 지나 선정 취소한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의식한 다분히 정치적인 결정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앞서 12월 박 대통령은 이 책이 “편향되고 왜곡됐다“고 지적하고 “종북콘서트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우려스러운 수준에 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극우단체와 일부 보수언론은 이 책과 저자를 ‘종북’으로 성토하고 있지만 저자와 독자 중 상당수는 결코 그런 책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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