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 자원봉사센터 마을지도 제작 여중생들 직접 휠체어로 이동 체험
안전한 길 파악해 이달 중 완성키로
기온이 크게 떨어진 7일 오전 인천 부평구 부평1동 주민센터 인근 인도. 친구가 탄 휠체어를 밀면서 걷는 관교여중 1학년 이효은(14)양에게는 인도의 작은 턱도 커다란 장애물로 여겨졌다. 차량 진입을 막는 볼라드부터 편의점 앞에 놓여진 탁자와 의자, 과속방지턱, 배수구까지 모든 게 장애물이었다. 울퉁불퉁한 보도블록도 휠체어에게는 자갈밭과 다름 없었다. 경사로를 가로막고 있는 불법 주·정차된 차량 탓에 가까운 거리를 멀리 돌아가야 하기도 했다.
이양과 친구들은 “휠체어를 타보고 밀어본 것은 처음인데 생각보다 더 힘들었다”라며 “인도지만 누가 밀어주지 않고 혼자서 휠체어를 타고 가야 한다면 너무나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양과 친구들을 비롯한 8명의 학생들은 이날 오전 부평1동 주민센터부터 부평세림병원까지 1.6㎞ 남짓한 거리를 휠체어를 타고 밀면서 왕복했다. 걸으면서 직접 눈으로 확인한 턱과 볼라드 등 장애물 위치는 지도에 빨간색 연필로 표시했다.
현장조사와 체험을 토대로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과 노인들이 안전하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마을지도를 만드는 작업이었다. 성인이면 편도로 25분이면 닿을 거리였지만 40분이 훌쩍 넘게 걸렸다.
이들 학생 외에 다른 학생 30여명도 각각 조를 짜서 부평1동 주민센터부터 부평역, 부평공원, 부평구보건소, 부평시장을 오가며 마을지도를 제작했다. 추위 속에 차량이 오가는 도로를 건너고 지하도상가를 오르락내리락 해야 하는 쉽지 않은 길이었다.
부광중 2학년 배유경(15)양은 “걸을 때는 몰랐지만 휠체어로 가보니 도로 곳곳에 장애물이 너무나 많았다”며 “다른 사람 도움을 받지 않고 휠체어로 먼 거리를 가는 것은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개선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바퀴는 턱을 싫어해요’라는 이름이 붙여진 마을지도 제작은 부평1동 자원봉사센터인 ‘부평1동 두레마을’ 회원들이 계획했다. 회원들은 이미 지난달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과 함께 마을을 돌며 실태조사와 지도 그리기 밑그림 작업을 마쳤다.
회원들은 이날과 14일 이틀간 학생들과 함께 장애인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동선을 파악하는 작업 등을 거쳐 이달 중 마을지도를 완성할 예정이다. 지도는 축척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A4 용지 크기로 접어서 휴대할 수 있게 제작되며, 장애인들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동선이 소개된다. 회원들은 제작된 마을 지도를 지역 주민들에게 배포하고 장애 인식 개선 캠페인도 함께 벌일 계획이다.
김경숙 자원봉사 상담가는 “봉사활동에 참여할 학생을 선착순으로 30명 모집했는데 지원자가 40명이 넘을 정도로 많이 몰렸다”며 “장애인 이웃들이 조금이라도 안전하고 편안하게 마을을 거니는데 마을지도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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