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담사ㆍ용주사ㆍ심원사 등 사찰들, 겨울방학 청소년 프로그램 마련
30분 자기소개ㆍ108배 드림 통해 자신과 화해하고 미래 꿈 세워
숲속 걷기ㆍ명상으로 심신 치유, 사찰 주변 명소 역사 배우기도
산사에 가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게 일주문(一柱門)이다. 네 개의 기둥이 한 줄로 지붕을 받치고 있어 붙은 이름인데, 세속의 번뇌를 불법으로 씻고 오직 한마음으로 진리를 향해 정진하라는 의미가 담겼다. 이 계절에 만나는 일주문 위에는 백설(白雪)과 적요(寂寥)가 함께 쌓여있기 십상이다. 그 문을 통해 들어가면서 잡념을 버리고 오직 한가지 목표를 위해 새해의 몸가짐 마음가짐을 다잡을 수 있는 게 겨울 템플스테이의 매력일 것이다. 방학을 맞아 청소년을 대상으로 주요 사찰들이 템플스테이를 마련했다.
진정한 나를 찾아서… 백담사 ‘자기주도학습 템플스테이’
만해 한용운이 불가에 귀의한 절로 유명한 강원 인제군 백담사는 템플스테이로도 인기가 많다. 설악산 자락에 있어 해발 약 500미터의 백담사까지 산행을 하며 찾아가는 재미도 있다. 겨울방학을 맞아 백담사는 ‘나와 만나기’를 주제로 청소년을 위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자기주도학습 템플스테이’다.
4박 5일 일정인 백담사의 템플스테이는 ‘님 만나서 반갑습니다’로 시작한다. 백담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일정이기도 하다. 참가 청소년들이 둘러 앉아 서로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형식적인 자기 소개가 아니다. 밑바닥에 있는 자신의 속 얘기, ‘참 자아’를 꺼내는 시간이다. 한 학생당 30분이 걸릴 정도다. 김명임 템플스테이연수원 팀장은 “자기 소개에는 반드시 자신의 꿈과 도전, 미래에 대한 피력이 있어야 한다”며 “처음에는 참가 청소년의 3분의 2는 입을 다물거나 쑥스러워하기 마련이지만 백거 스님의 숙련된 지도로 어느 새인가 모두 마음 문을 열게 된다”고 말했다. 남에게 자신을 꺼내 보이면서 동시에 자기자신에 대해 생각해보며 자신을 알아차리게 되는 수행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틀째에 있는 ‘맥놀이’는 마음치유의 시간이다. 스님의 지도로 백담사의 범종을 쳐보며 종의 울림을 온 몸으로 느끼는 시간이다. 음파의 고저, 소리의 크고 작음에 마음을 기대는 것이다. 김 팀장은 “체험한 청소년들이 심신 치유와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고 말했다.
설악산의 봉정암 또는 오세암까지 산행을 하면서 진행하는 ‘걷기 명상’, 자신의 꿈이 이뤄지길 바라며 도는 ‘소원 탑돌이’, 매일 저녁 잠들기 전에 쓰는 ‘명상일지’까지 백담사의 템플스테이는 ‘나와 만나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 팀장은 “공부 외에는 스스로 하기에 익숙하지 않은 요즘 청소년들을 위해 양말 빨기, 이부자리 정리부터 시작해 자신의 꿈 정하기, 표현하기, 이루기 위한 계획까지 현재의 자신과 미래를 스스로 그려 나가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백담사 템플스테이 일정은 1월 25~29일, 대상은 예비 중1부터 고3, 신청은 20일까지다. 참가비는 1인당 50만원. 문의 (033)462-5565
정조가 아버지를 그리며 만든 용주사의 ‘효(孝) 템플스테이’
경기 화성시의 용주사는 ‘효(孝)의 사찰’이다. 정조가 뒤주에 갇혀 참혹하게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 사도세자의 넋을 기리기 위해 만든 절이다. 사도세자의 제궁인 이 사찰의 이름에는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기를 기원하는 뜻이 담겼다.
효의 절인 용주사의 템플스테이는 ‘부모의 마음 알기’가 핵심이다. 부모의 크고 깊은 은혜에 보답하도록 한 석가의 가르침인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을 읽고 그 내용을 마음에 새기는 시간이 백미다. 이시언 용주사 템플스테이 팀장은 “정조가 용주사를 지은 계기인 부모은중경은 어머니가 열 달 동안 자식을 품고 낳아 키워가는 과정이 쉽게 표현된 불경”이라며 “청소년들이 익히기에도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부모은중경을 독송하고 부모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은 템플스테이 일정 중에서도 학생들이 가장 진지해지는 때다.
정조가 하사한 향로, 김홍도의 병풍 등이 전시돼있는 효행박물관과 사도세자의 묘인 융릉, 정조의 묘인 건릉을 둘러보는 역사 탐방도 용주사 템플스테이의 매력이다. 융건릉을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 숲인 융건릉숲 속에서 하는 명상은 심신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
이 팀장은 “용주사는 도심에 있어 교통이 편리하면서도 화산을 끼고 있어 자연환경까지 갖췄다”며 “주위에 명소 또한 있어 심신 수련과 역사 배우기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용주사 템플스테이 일정은 1월 9~11일, 대상은 초등4~6학년, 신청은 8일까지다. 참가비는 1인당 10만원. 문의 (031)235-6886
통(通)하라… 그러면 알 것이다, 심원사 ‘검정고무신 템플스테이’
“음식을 보고 욕심을 내지 않겠습니다.” “힘들고 귀찮은 일은 내가 먼저 하겠습니다.”
흔히 108배라 하면, 묵묵히 절만 하는 풍경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경북 성주군 수륜면 가야산 국립공원 내 심원사의 108배는 우렁차다. 소리 내어 말하는 기도와 함께 절을 하기 때문이다. 이름하여 ‘108배 드림(Dream)’이다. 1배씩 절을 할 때마다 기원을 담은 문장 하나씩을 템플스테이 참가 청소년들이 함께 읊는다.
심원사 템플스테이 담당 직원인 이명희씨는 “청소년들이 처음에는 쑥스러워서 키득거리거나 우물우물 하다가도 54배가 넘어가면서부터는 시나브로 달라진다”며 “모두 하나가 돼 소리가 우렁차진다”고 말했다.
108배의 기원문은 부모의 사랑, 자신에 대한 사랑, 우정, 평화 등 다양한 주제로 이뤄져 있다. “나는 아빠와 엄마의 사랑으로 태어남을 알아 감사의 마음으로 절을 올립니다” “부모님께서 주신 몸과 영혼의 귀중함을 알아 감사하는 마음으로 절을 올립니다” “친구의 잘됨을 질투하지 않겠습니다” “모든 존재들이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등이다.
이명희씨는 “죽비에 맞춰서 절만 하면 흔히 108배를 운동처럼 여기기 쉽지만, 기원문을 읽으며 하면 그 중 반드시 마음에 남는 문장들이 있기에 참회의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다른 참가자와 호흡 또한 맞춰야 하니 배려의 마음도 갖게 된다는 설명이다.
템플스테이의 이름인 ‘검정고무신’은 소통의 도구란 의미를 담아 붙여졌다. 이 팀장은 “검정 고무신은 요즘 청소년의 할아버지 세대가 신던 것”이라며 “검정고무신을 매개로 세대간 소통을 꾀하자는 의미로 붙였다”고 설명했다. 108배 드림(Dream), 스님과의 대화, 꿈등ㆍ향낭 만들기 등 모든 프로그램이 이 주제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심원사 템플스테이 일정은 1월 28~30일, 대상은 중1~3학년, 신청은 마감까지다. 참가비는 1인당 6만원. 문의 (054)931-6887.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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