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직접 대표를 뽑아야 책임감이 강한 국회의원이 나온다.”(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
“소수자와 약자 보호 등 다양한 정치세력의 참여를 위해 비례대표를 늘려야 한다.”(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장)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0월 말 현행 국회의원 지역구 획정 인구수 편차에 대해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그 불똥이 비례대표제로 튀고 있다. 헌재 결정에 따라 국회는 올해 말까지 3대 1인 인구 수 편차를 2대 1로 줄여야 하는데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을 감안,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이고 지역구를 늘리자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직접 뽑는 지역구를 줄일 수 없는 만큼 비례대표가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국민이 검증할 수 없는 방식으로 불투명하게 공천을 받는 비례대표가 국회의원 정수의 5분의 1(300석 중 54석) 가까이 되는 데다 일부 비례대표 의원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도 축소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직능 전문성과 함께 소수자의 권익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비례대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축소론에 팽팽히 맞서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비례대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앙선관위가 주최한 원내 4당 정책토론회에서는 김문수 위원장과 원혜영 위원장의 비례대표 축소론과 확대론이 정면충돌하기도 했다.
비례대표는 지역구 의원의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하고 각 분야의 직능대표를 국회에 진출시켜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1963년(6대) 도입됐다. 초기 지역구 의석 수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던 방식에서 이후 2002년 선거법 개정에 따라 2004년 17대 총선부터는 현행 1인 2표의 정당명부식 제도가 실시됐다.
그러나 비례대표는 도입 초기에는 5ㆍ16 쿠데타 공신들의 논공행상을 위한 측면이 컸고 이후에는 정치자금 창구나 나눠먹기식 계파 공천의 도구로 활용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물론 비례대표가 전문성을 살려 국정감사에서 활약하고 관련 법안을 꾸준히 발의하는 등 국정운영에 공헌한 측면도 적지 않다. 장애인 운동가인 장향숙 전 의원(17대)이나 ‘빈민촌 대모’ 강명순 전 의원(18대) 등은 비례대표로 원내에 진출, 지역구 의원들이 간과하기 쉬운 소수자의 권익을 대변하기도 했다.
외국의 경우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국회의원을 지역구 의원으로 선출해 비례대표가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독일은 연방 하원의 총 의석 598석 중 절반에 해당하는 299석을 비례대표로 채우고 있다. 축소론자들은 국민의 선택이 존중된다는 논리로 미국의 사례를 들며 폐지론까지 꺼내고 있고 확대론자들은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을 거론하며 비례대표를 100석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례대표 축소ㆍ확대 논쟁은 국회가 헌재 결정에 따라 선거구를 새로 획정해야 하는 올 연말 쯤에야 결론이 날 전망이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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