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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금지냐 대화냐? 민주주의가 답이다

입력
2015.01.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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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도 현 정권과 기존 정당들에 눈에 가시 같은 정당이 하나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의 통진당과 유사하지만 이념적으로는 정반대 편에 서 있는 극우의 인종차별주의적인 스웨덴민주당(Sweden Democrats)이다. 2010년 의회선거에서 5.7%의 득표율로 유럽을 놀라게 하며 처음으로 의회에 입성한 스웨덴민주당은 지난해 9월 선거에서는 무려 12.9%로 사민당과 보수당에 이어 제3의 정당이 돼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 이 선거결과는 정권구성에서부터 많은 어려움을 겪게 했다. 이는 2015년도 예산안 처리에서 절정을 이뤘다. 사민당과 환경당의 소수연정 예산안이 부결되고 스웨덴민주당의 저울질로 야당인 우파연합의 예산안이 통과됐다. 좌파정권이 우파연합의 예산으로 나라를 통치해야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사민당 수상은 올해 3월에 새 의회선거를 예고했고 정국은 혼돈으로 빠졌다.

이런 어려운 순간 또 저력을 보여주는 것이 스웨덴 정치다. 정부는 우파연합과의 협상을 통해 올 4월에 있을 현 정부의 ‘봄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대신 장기적 대책을 요구하는 국방과 안전, 연금 및 에너지 분야에 우파연합과 협력한다는 ‘12월 대협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3월로 예정됐던 새 의회선거도 비껴갔다. 이 협약은 당연히 극우 스웨덴민주당을 무력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스웨덴민주당은 신나치주의 배경이라는 구설수에서부터 인종차별주의적인 발언으로 스웨덴 사회에 심한 갈등을 야기했다. 스웨덴이 낳은 최고의 축구선수 이브라가 스웨덴에서 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배경이 외국이라는 이유로 스웨덴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모든 이민자들은 자국으로 돌아가라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을 면밀히 살펴보면 모든 이민이 아니라 무슬림 국가로부터의 이민을 반대하는 극히 인종차별주의적인 것이다. 인간의 존엄과 평등이란 민주주의 기본정신을 위배하는 발언이고 정책들이다. 이런 스웨덴민주당을 현 수상은 ‘신파시스트’라고까지 했다. 그러나 스웨덴 국가는 이런 정당을 금지하거나 해산하려 들지 않는다. 대화와 협상, 그리고 민주주의의 확대와 심화를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 이런 정신은 노르웨이의 극우 브레이빅이 2011년 69명의 젊은이들과 시민을 사살하는 테러를 감행했을 때도 나타났다. 당시 옌스 스톨텐베르그 노르웨이 총리는 극우에 대한 발본색원이나 금지가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부활과 심화에 호소해 전 세계를 감동시킨 적이 있다.

민주주의만이 극우와 극좌를 이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연말의 헌재 통진당 해산선고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통진당 강령의 진보적 민주주의에 대한 분석이나, 통진당 내의 일부 인사의 활동에서 내란 및 체제전복의 가능성이 큰지에 대한 분석이 충분했는지 의문이 간다. 또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까지 배출한 정당을 그렇게 쉽게 해산해도 되는지 의아스럽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해산심판청구를 할 만큼 위급한 상황이 있었는지, 심판청구에 대한 국민적 여론수렴 과정이 있었는지, 다수의 정부인사 재판관 출신의 재판소가 아닌 다른 기구에서 해산여부를 결정할 민주적 방법은 없었는지 등에 대한 설득력 있는 대답이 없다. 제2의 유신시대의 서막을 올린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어렵다. 헌재는 권력의 시녀라는 딱지를 벗어나기 어렵다. 통진당 사태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 및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중요시하는 성숙한 민주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있어서는 안 될 참사다.

남북이 대치한 한국과 북유럽이 다르지 않느냐고 반박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소수의 반체제적 발언과 활동으로 한국이 무너질 정도로 허약한지 나는 되묻고 싶다. 뿐만 아니라 전체주의 북한에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또다시 민주주의 밖에 없다. 사회적 가치의 다양성과 민주주의만이 극단적인 사고와 전체주의를 이기는 유일한 길이다. 지난해의 많은 참사와 인재를 극복하고 한국이란 배에 민주주의의 돛을 높이 다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황선준

스톡홀름대 정치학 박사·전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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