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혐의 입증에 박 증언 결정적
검찰, 부담감 탓 우회로 모색
혐의 부인하는 조 측 신청 가능성도
5일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로 이른바 ‘정윤회 문건’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본선’은 이제부터라고 할 만큼 법정에서 팽팽한 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문건 유출 혐의로 기소된 조응천(53)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경우 혐의 일체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핵심 증인은 박지만(57) EG 회장이어서 과연 그가 법정에 설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가 된다.
6일 검찰에 따르면 조 전 비서관은 2013년 6월~2014년 1월 박관천(49ㆍ전 청와대 행정관) 경정을 통해 정윤회(59)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담긴 보고서 등 청와대 문건 17건을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 대통령 친인척 관리라는 본연의 업무범위를 넘어서, 본인의 청와대 내 입지 강화를 위해 현직 대통령의 친동생에게 ‘비선보고’를 해 왔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과 ‘공무상 비밀누설’이라는 조 전 비서관의 혐의 입증에는 박 회장이 어떻게 증언하느냐가 결정적이다.
하지만 검찰로서는 굳이 대통령의 동생에 대해 증인 신청을 하는 부담을 감수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검찰이 밝힌 문건 전달 경로는 ‘조 전 비서관→박 경정→박 회장의 측근 전모씨→박 회장’이었다. 이대로라면 조 전 비서관의 범행은 청와대 문건들이 전씨에게 넘어가는 순간 성립된다. 따라서 검찰로선 ‘조 전 비서관의 지시’와 ‘전씨의 문건 수수’라는 두 가지 사실만 입증하면 된다. 검찰 관계자는 “조 전 비서관의 혐의에 대해선 관련자 진술과 물증이 충분히 확보돼 있다”고 했다.
오히려 조 전 비서관 쪽에서 박 회장을 불러낼 가능성이 높다.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 공식 문건을 전달한 적이 없다. 메모 형식의 쪽지 6건을 전달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자신의 혐의를 벗기 위해선 사건의 핵심 인물인 박 회장이 이 같은 주장에 부합하는 법정 진술을 해 주는 게 절실한 상황이다.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박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달라”는 신청을 법원도 거부하긴 어렵다.
이 경우 박 회장은 검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지난달 15일에 이어 또 다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법원의 증인 출석 요구가 강제력이 있는 것은 아니고 불출석 시 과태료 처분에 그치지만 “대통령 동생이 사법권을 무시한다”는 비난이 일 게 뻔해 증언을 하게 될 공산이 크다. 때문에 박 회장이 조 전 비서관의 ‘비선보고’ 의혹과 관련해 공개 법정에서 어떤 진술을 하게 될지에 법조계와 정치권의 관심이 벌써부터 모아지고 있다. 박 회장에 대한 증인 신문 과정에서 그 동안 묻혀 있었던 대통령 측근들 간의 권력암투 정황이 다시 불거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사건은 이날 경제전담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 김종호)에 배당됐으며, 이달 하순쯤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사건 쟁점을 정리한 뒤 본격 재판에 들어갈 전망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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