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ㆍ독립영화서 실력 쌓아
연기 잘하는 20대 배우로 주목받아
미생 촬영 시작 열흘 전 극적 합류
기회는 준비된 이에게 주어진다고 했던가. 2014년을 뜨겁게 달군 신예 배우 변요한(29)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드라마 ‘미생’의 촬영 시작 열흘 전에 캐스팅됐고 대본을 숙지하거나 캐릭터를 분석할 틈도 없이 카메라 앞에 섰던 그다. 사실은 TV 드라마 출연이 처음이었다. 그는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 드라마에 도전했을까.
6일 한국일보에서 만난 변요한은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정진한 결과”라는 교과서 같은 대답을 하며 수줍게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이 왠지 모를 내공을 느끼게 했다.
그는 2011년 17분짜리 단편영화 ‘토요근무’로 데뷔해 ‘재난영화’ ‘목격자의 밤’ ‘까마귀 소년’ 등 독립영화에 출연했다. 이후 ‘들개’ ‘노리개’ ‘감시자들’ ‘우는 남자’ 등 장편영화에도 캐스팅돼 연기의 기본기를 다졌다. 독립영화에서 맡은 역에 비해 장편영화에서 맡은 역이 작았는데 그래도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개의치 않았다.
“‘토요근무’가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그 영화에 출연한 덕에 저 역시 주목을 받았고 독립영화계의 부름을 받으며 연기를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영화 속의 제가 작품에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게 아니라 마냥 잘하려고만 하는 변요한으로 보이더라고요. 그 뒤 6개월 동안 영화를 하지 않았어요. 그러면서도 머릿속으로는 독립영화로 시작했으니 관련 영화제에서 연기로 인정받고 그것으로 장편영화에 도전하자고 목표를 세웠지요."
그렇게 마음을 잡고 있는데 ‘목격자의 밤’이 부산국제영화제와 대전독립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세계 3대 단편영화제로 꼽히는 클레르몽페랑 국제단편영화제에 초청됐다. 자신의 출연작이 국제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을 계기로 변요한은 첫 장편 ‘들개’에 출연하며 ‘연기 잘하는 20대 배우’로 주목 받았다. 그러다가 지난해에 ‘미생’에 출연할 기회를 얻었다. 그가 맡은 한석율 역은 300여명이 오디션에 참가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이제 자신의 존재를 한껏 알린 변요한은 아버지에게 공을 돌린다. 변요한은 고교 졸업 후 아버지의 뜻에 따라 국제 무역을 배우기 위해 중국 하얼빈으로 어학연수를 떠났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곧바로 입대했다. “제대를 하고 아버지 몰래 연기 입시 학원을 다녔어요. 아버지가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아니면 대학 보내지 않겠다’고 하시더군요. 다행히 09학번으로 입학했죠. 어찌 보면 아버지가 다 준비해 준 것 같아요.”
직장 생활 경험이 없는 그에게 한석율이라는 배역은 어려운 도전이었다. 그러나 중국에서 만난 사람들 가운데 무역업 종사자가 적지 않아 그들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드라마에서는 한석율이 중국어를 구사하기도 하는데 변요한은 그 장면에서 중국어 실력을 뽐냈다.
"’미생’이 끝날 때까지도 한석율을 연기하며 고민을 했어요. 촬영장에 갈 때마다 한석율이라는 캐릭터를 잘 이해하고 연기할 수 있을지 걱정했으니까요. 일부러 말을 리드미컬하게 빨리 하는 습관도 가졌고요. 한석율은 패션감각이 2% 부족한데다 헤어스타일도 5대 5 앞가르마를 하기 때문에 조금 우스워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보처럼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연기했어요. 이제 드라마는 끝났지만 그 때 좀 더 잘 할 수 있었을 것 같은 아쉬움도 있어요. 욕심인가요?”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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