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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졸업유예 폐지, 대학들 너무 야박한 처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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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졸업유예 폐지, 대학들 너무 야박한 처사 아닌가

입력
2015.01.0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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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학이 새학기부터 등록금을 내지 않고도 재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있는 ‘졸업유예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화여대는 이번 학기부터 졸업학점을 모두 채운 학생들에게 ‘과정수료제’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규정 학점을 이수한 학생은 재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없다. 졸업생이 되지 않으려면 등록금의 6분의 1 이상을 추가로 내고 1학점 이상 추가 등록해야 한다. 건국대 서강대 등 다른 사립대도 졸업유예제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학칙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들은 졸업유예 학생들이 누적되면서 도서관 자리 점유 등으로 다른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을 뿐 아니라 대학의 행정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고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대학 당국이 잇속을 차리기 위한 의도가 엿보인다. 교육부가 올해 실시하는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학평가 지표 중 전임교원확보율은 재학생 수 대비 교직원 수를 따지기 때문에 재학생을 줄여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려면 추가 등록을 신청할 수밖에 없어 등록금 수입도 늘어나는 이점도 있다.

학생들이 졸업을 미루는 것은 개인적인 문제 이전에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해 빚어지는 구조적인 측면이 크다. 기업들이 졸업생보다는 재학생 채용을 선호하고 있는 풍토도 졸업을 미루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하다못해 인턴에 지원하려 해도 졸업생은 자격에 제한을 받는 게 현실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졸업유예제는 이미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4년제 대학 졸업자 가운데 약 18%가 졸업유예를 경험했다는 조사도 있다. 이는 우리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 대학생들도 경제난, 취업난 때문에 국공립대학생 5명 가운데 4명이 제때 졸업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의 절박한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대학들이 무작정 내몰려고 하는 것은 지나치게 야박해 보인다. 입학할 때는 학생들에게 모든 혜택을 줄 것처럼 하다가 졸업할 때가 되니 찬밥 대접을 하는 행태는 볼썽사납다. 취업을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학생들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대학들은 그렇지 않아도 취업을 하지 못해 실의에 빠진 학생들에게 심리적, 재정적 부담을 지워서는 안 된다. 기업들도 합당한 이유도 없이 졸업생들에게 지원 기회조차 주지 않는 그릇된 인식을 바꿔야 한다. 대학이나 기업이나 이들을 배려하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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